박종환, 한정환, 윤영만, 최병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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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한정환, 윤영만, 최병두 씨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1.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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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 같은 직장 평생 우정…50 년지기

▲금과초, 금과중, 제일고 그리고 순창군청까지… 같은 학교, 같은 직장을 다닌 50년지기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퇴임식은 아름다웠다. 친구들은 이대로 평생 함께 지내자고 약속하며 제2의 인생설계를 같이 하는 중이다.

연 2회 부부동반 여행 … 보길도 태풍에 배 끊겨 이틀간 발 동동
퇴직때 ‘위대한 친구상’패 교환…은퇴 후에도 “남은 삶 지금처럼”

지난달 24일 최병두 쌍치면 농민상담소장이 33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명예 퇴임했다. 퇴임식 자리에는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비롯해 그의 오랜 친구들이 참석해 퇴임을 축하, 위로했다.
이날 퇴임식에서 최 전 상담소장은 특별한 상을 받았다. 이름 하여 ‘위대한 친구상’이다. 부상은 순금 한 냥(10돈)으로 굉장히 크다. 훈장보다 더 큰 상을 준 이는 50년지기 친구들이다. 반평생 바쳐온 공직을 떠나는 발걸음이야 무겁고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최 전 상담소장은 이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퇴임식을 치렀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은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까지 순창군청에는 4명의 평생지기가 있었다. 4명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한 학교에 다녔고 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그 중 두 명은 이미 퇴직했고 두 명이 남았다. 네 명의 친구는 박종환(보건사업과장), 한정환(풍산면 부면장), 윤영만(퇴직ㆍ인계 적성 농민상담소장), 최병두(퇴직ㆍ쌍치농민상담소장)이다. 이들은 59년 돼지띠 동갑내기지만 일부는 호적상 나이가 실제와 다르게 기재돼있다. 그래서 퇴직 시기가 다르다.
8살 때 금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난 이들은 곧 친해져서 함께 놀았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한 학교에 다녔으니 우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공부를 잘 했던 윤영만 씨는 제일고 3학년에 다니던 중 농촌지도소 7급 공채에 합격해 친구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공무원이 됐다. 이어 한정환(1980년), 최병두(1983년), 박종환(1984년) 순서로 군청에 들어왔다.
이번에 퇴직한 최병두 씨는 성격이 털털하다. 박종환 씨는 “병두는 일을 크게 한다. 영만이는 빈틈이 없고 계획을 잘 세운다. 정환이는 살림꾼이다. 회장, 총무, 재무를 도맡아한다. 우리는 신경도 안 썼는데 모임 회비를 모아서 통장에 2000만원이나 저축해 놨다. 적금도 들면서 나름 돈을 불려놨더라. 이 친구가 모임 이름도 청금회(靑金會)라고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정한 건 아닌데 사실상 모임 회장이라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해마다 두 차례씩 20년 넘게 여행을 다녔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다보니 여러 일들도 많이 생겼다. 이번 겨울에는 제 때 못 챙겨준 친구의 퇴임식을 치러줄 예정이다.

이들은 매년 두 차례씩 공식적으로 모임을 갖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1980년대부터 모임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전국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녀왔다. 자녀들이 장성한 지금은 부부동반으로 8명이 차량 두 대에 나뉘어 단촐하게(?) 다니지만 한 때는 19명이 다닐 때도 있었다. 박종환 씨는 그 중에서도 보길도에 갔던 1999년 여름을 잊지 못한다.
그는 “섬에 들어갔는데 태풍에 민박집 지붕이 날아가고 우리는 이틀 동안 나오지 못했다. 준비해간 재료가 떨어져서 쌀을 사야 했다. 마침 지금 같이 일하는 김준우 담당이 보길도에서 잠시 있었다는 얘기가 생각나 면사무소를 찾아가서 이 얘길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거기 계장이 민박집을 잘 안내해줘서 묵다 나왔다. 전봇대가 부러지고 순창에도 가로수가 뽑혔으니 공무원들은 당연히 비상근무를 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못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연가를 써야 했다. 나중에 거길 가서 그 민박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고 회상했다.
남편들이 평생지기이니 아내들도 친해져서 지금은 따로 만나기도 한다. 공식 모임은 여름, 겨울 두 차례지만 군내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면 으레 비공식모임이 만들어진다. 최씨를 제외하면 술은 별로 즐기지 않아 술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서로 배려하며 지내온 이들은 50년 우정을 이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명문화된 규칙은 없어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누군가 상을 당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고 자녀 결혼 축의금은 항상 넉넉히 준비해줬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정년퇴직을 한 사람은 윤 씨다. 하지만 윤 씨는 아직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된 퇴임기념식을 받지 못했다. “10월 1~2일로 날을 잡아서 퇴임기념식을 열려고 했는데 이 친구가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 친구(박종환)가 보건의료원에 근무하니까 피해준다고 일부러 오지도 않더라. 12월 중에 적당한 장소를 잡고 여행을 계획했다. 퇴임식은 이 때 열어줄 것이다”고 전했다. 윤 씨에게도 ‘위대한 친구상’ 패와 순금 한 냥을 줄 예정이다.
아직 두 명이 재직 중이지만 머지않아 퇴직하기에 이들은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그동안 못했던 해외여행도 계획하며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고 지금까지 모인 회비를 어떻게 쓸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직에 몸담은 사람답게 지역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도랑물에서 발가벗고 헤엄치던 금과면의 꼬마들이었다. 청소년, 청년을 거쳐 이제는 은퇴를 앞둔 장년이 됐다. 해를 넘길수록 두터워진 우정은 “남은 삶을 지금처럼 쭉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정리된다. ‘존재만으로 든든한 벗’은 이들 4인방을 보고 하는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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