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철 씨, 군내 최초 달팽이 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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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철 씨, 군내 최초 달팽이 사육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3.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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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달팽이 커가는 모습에 귀농청년 꿈도 커간다

경쟁 피하고 답답함 줄이려 특용작목에 눈 돌려
유지비 적고 번식력 왕성… 전염병 없어 친환경
달팽이 배우러 전국 누벼… 지금은 기술전수 중
 

▲달팽이를 배우러 전국을 다니고 농장을 운영한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권주철 씨는 어느덧 달팽이 전문가가 되어 기술지도를 하러 전국을 다니고 있다. 그가 처음 부화시킨 애완용 달팽이를 보여주는 모습.
많은 귀농 선구자과 행정이 귀농하려는 이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신중한 작목 선택이다. 귀농 초기를 흙과 친해지는 시간으로 삼고 고추, 콩, 감자 등 보편적 작물부터 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특용작물 등 오랜 경력의 농민도 망설이는 작물을 심는 사람도 있다. 준비하기 나름이겠지만 성공하면 수입이 두 배, 안 되면 손해가 다섯 배쯤 될 터다.
경쟁 치열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다 귀향한 한 청년은 농촌에서 답답함을 완전히 떨쳐내고자 경쟁이 적은 작목을 택했다. 가족들은 처음부터 도시락 싸들고 말렸고 주변에서도 혀를 찼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특용작목은 달팽이였다. 그는 활용도가 넓지만 의외로 하는 사람이 적고 유지비까지 적게 드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은 군내에서 부쩍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권주철(36ㆍ풍산 덕산)씨의 참살이 달팽이농장에서는 달팽이 수십만 마리가 크고 있다.
권 씨는 지난 2015년 귀향했다. 귀농을 꿈꿔온 그는 달팽이를 키울 작정으로 금곡리의 한 논에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귀농 후 어떤 작목을 키울지 고민하던 그는 1년 이상 전국의 달팽이 농장을 다니며 사육방법을 익혔고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특징들을 섭렵했다.
그는 “달팽이는 식용과 약용, 애완용, 미용으로 이용된다. 용도는 달라도 출하하는 달팽이는 같은데 크기가 다르다. 애완용은 아이들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작은 것을 보내고 약용과 미용은 커도 상관없다. 키우는 달팽이는 아프리카 왕달팽이고 1982년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연중 25도(℃)에 습도 70~80%를 유지하면 된다. 알이 부화돼 출하하기까지는 보통 4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가 키우는 달팽이 사육상자는 3000개 규모이다. 전국에 달팽이 농장이 500곳이 채 안될 정도여서 판로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권 씨가 키우는 달팽이는 소라, 골뱅이 등 패류를 통틀어 가장 식감이 부드럽고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알려졌다. 칼슘 함량이 매우 높아 관절에 좋고 약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그는 달팽이 납품 외에도 진액을 만들어 팔고 있다. 에스카르고(프랑스식 달팽이 요리)가 유명한 것은 맛이 좋은데다 훌륭한 자양강장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권 씨는 최근 황숙주 군수가 농장을 방문했을 때 달팽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내어 식품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달팽이 사육은 ‘저비용 고수익’으로 정리된다. 그가 요즘 쓰는 유지비는 한 달 20만원 정도로 사육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매우 적다. 물에 불린 코코피트(야자 껍질)를 사육상자에 깔고 달팽이를 넣으면 키울 준비는 끝난다. 먹이는 콩비지와 쌀 미강, 굴 껍질, 상품가치 떨어진 새싹에 자체 개발한 달팽이 전용사료를 배합해 일주일에 한 번만 준다. 사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료를 헐값에 가져오니 이만큼 비용 적은 작목도 찾아보기 힘들다. 겨울에도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꽤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도.
권 씨는 달팽이 사육 초기에 부화를 시키지 못해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 부화시킨 뒤로는 그 조건을 잘 지키고 있어 빠르게 회복했다. 그는 “달팽이는 전염병이 없어 항생제가 아예 안 들어간다. 그리고 자웅동체여서 두 마리만 있으면 알을 낳는다. 한 번에 100~400개씩 한 달에 한 번 부화하니 번식력이 엄청 강하다. 죽이지만 않으면 계속 채취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금세 회복한다”고 말했다.

 

 

 

 

 

 

 

 

 

 

 

 

▲달팽이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최근 황숙주 군수가 권주철 씨의 참살이달팽이농장을 방문했을 때 달팽이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달팽이 무침, 고소하고 바삭한 달팽이 튀김, 맛도 좋고 보양식으로도 으뜸인 달팽이 백숙, 양송이 버섯과 달팽이를 함께 구워 먹으면 향과 식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말은 쉬워도 행동은 어려운 법. 그의 설명을 들으면 달팽이 사육은 매우 쉬워 보이지만 그 역시 대부분 귀농인들이 겪는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1년 안에 자리 잡겠다던 ‘원대한’ 꿈을 접고 최소 2~3년 뒤로 미뤘다. 그는 “물 빠짐이 적은 논에 비닐하우스를 쳤는데 땅이 안 말라 진흙에 빠지곤 했다. 그래도 밀어붙이는 모습을 주변 사람이 보고 뭐하는 짓이냐며 한 마디 했고 가족들은 더 난리였다. 나름 여유자금을 가지고 준비했는데도 부화를 못시킬 때에는 허덕이며 불안했었다. 돌이켜보면 농촌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됐었다”고 말했다.
그런 시행착오를 이겨낸 지금은 안정된 판로를 더 넓혀가고 있고 종자용 달팽이를 판매하는 곳에 기술전수도 하고 있다. 가족들은 안정을 찾은 권 씨의 모습에 확신을 가졌고 지금은 가장 열성적인 후원자가 됐다.
달팽이 사육농장은 군내는 물론 호남지역에서도 드물었던 터라 그에게 달팽이 분양을 요청하는 곳이 줄을 서고 있다. 그는 곧 비닐하우스 옆 부지를 활용해 체험농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와서 달팽이 구경도 하고 애완용으로 가져가며 여러 가지 식물의 특징들을 배워가는 모습을 곧 보기를 기대해본다. 그가 처음 부화시켜 애완용으로 키우는 달팽이는 벌써 손바닥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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