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우 금과ㆍ팔덕 농민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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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우 금과ㆍ팔덕 농민상담소장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4.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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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기술' 일인자 ’공무원 ‘딸기박사’

▲“딸기 덕분에 대학까지 간” 한재우 농민상담소장은 딸기 재배기술을 연구해 농민들에게 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다. 그는 매일 새벽에 딸기하우스를 찾는다.
“육묘 기술로 자본유출 막아” 성과
“농가 결속해야 브랜드 가능” 강조

겨울철 소득 작목은 단연 딸기다. 딸기는 남녀노소 두루 사랑받는 과일인데다 활용도도 넓어 지난 수년간 소득 수준이 평당 10만원을 웃돌아 항상 최상위였다. 쪼그려 앉아서 하는 작업이 힘들어 갈아엎는 곳도 많았지만 수년전 고설재배 방식이 도입되면서 힘든 작업은 많이 줄었다.
딸기 재배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의 기술수준은 상당하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자존심도 강하다. 이것이 때론 한 차원 더 높은 기술을 습득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농촌지도사의 역할이다.
농업기술센터에는 딸기 농가를 뛰어넘는 딸기 재배기술자가 한 명 있다. 40대에 공직을 시작한 그는 경력이 짧은데도 농민상담소장을 맡고 있다. 한재우 금과ㆍ팔덕 농민상담소장은 딸기박사로 통한다.
한 소장은 어려서부터 딸기를 만지며 자랐다. 그의 고향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딸기 일번지 담양이다. 한 소장이 살던 동네는 전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딸기를 재배했다. 그의 부모는 딸기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한 소장이 딸기를 다루기까지는 부침도 있었다. 그는 “옛날에는 자식들 대학 보내는 이유가 농사 안 짓고 살도록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기계 쪽에 상당한 취미가 있어 아주공대를 가고 싶었는데 하향 지원하던 추세로 인해 전남대 농대에 입학했다. 그 때가 5ㆍ18항쟁이 일어났던 이듬해이니 대학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2학년까지 수업을 10번도 못 들었으니 말 다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군대에 다녀온 뒤 전공공부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무원을 하기 전 15년 동안 컴퓨터를 만지며 살았다. 대학에서 농업통계를 공부한 그는 자연스럽게 일찍 컴퓨터를 접했다. 그러다 컴퓨터를 이용해 수익 올리는 것에 한계를 느낀 그는 전환을 시도해 농촌지도사에 합격했다. 2007년부터 경기도 광주에서 근무한 그는 남원을 거쳐 순창군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딸기에 관심이 많았다. “농가를 지도하려면 뭔가 하나라도 더 알고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전국단위 공무원 딸기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지식을 쌓았다. 한 때 딸기에 미친 적도 있었다는 그는 기초부터 새로운 기술까지 두루 섭렵해 농가에 전파했다.
▲딸기수확이 한창인 비닐하우스를 방문해 농민과 재배기술 및 작황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딸기 농가에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부지런해야만 했다. 딸기농가는 새벽부터 딸기를 따고 오전이면 출하를 마친다. “작물은 아침에 봐야지 낮에 햇볕 뜨면 똑같아지고 저녁은 의미없다”는 그는 출근 전에 딸기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재배방식이 토경재배에서 고설재배로 넘어가자 재배방식 차이에 따른 관리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일이었다. 한 소장은 “토경은 작물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땅에서 알아서 주지만 고설은 계속 관리하고 채워줘야 한다. 딸기는 저온작물이고 기온이 7~9℃ 사이에서 50~60일 익어야 당도가 가장 높다. 토양은 평균온도가 15℃ 정도로 일정하지만 고설은 다르다. 바닥에서 1미터가 올라와 있어 상대적으로 덥고 맛이 덜 나온다. 하우스 아래위 온도차이가 심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육묘다. 딸기 수확량과 품질은 묘목이 결정한다는 그는 감염되지 않은 우량묘를 증식시키는 기술을 집중 연구해 농가에 전수하고 있다. 그는 “딸기농사의 99%는 육묘가 결정한다. 전남이나 논산에는 농업기술원이 조직 배양묘를 보급하지만 전북은 그렇지 않아 보급하라고 요구하곤 했다. 육묘를 3~9월에 하다 보니 더위에 많이 죽는다. 성공률은 50% 정도다. 한 달에 한 번 농가 현장에서 자문을 하고 있다. 묘값이 1주당 300원이고 하우스 3동에 심으면 700만원이 나간다. 지금 금과면에서는 딸기 묘목을 자체생산해 외부로 돈이 나가지 않는다. 자본 유출을 막은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한 소장이 느끼는 군내 딸기농가의 약점은 포장 청결도와 기술력이다. 병균이 들어오지 않도록 포장 작업공간을 깨끗이 하는 것과 오래된 습관을 버리고 새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가가 상표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려면 농가가 결속해야 한다. 작목반별로 품종이 다르고 경매를 별도로 하니 브랜드화가 안 된다. 경매를 하면 담양과 비교하면 1상자(2kg)당 5000원을 낮게 받는다. 우수 브랜드는 재배면적이 크고 4~5년 이상 노력해야 만들어진다. 눈앞의 이익에 멀면 안 된다”며 “개인 선별할 시간에 관리를 해야 한다. 적과를 솎아내지 않으니 알이 작다. 공동선별이 필요한 이유다. 경매사들은 미세한 차이도 귀신같이 안다. 경매할 때 담양을 가장 먼저 치고(가격을 결정하고) 순창은 한참 뒤에 치며 낮은 가격을 받는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장 손해가 나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재우 소장은 퇴임 전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농가가 보편적으로 사용해주기 원한다. 그가 안내한 몇 곳의 딸기하우스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크는 딸기인데도 수세 차이가 눈에 보였다. 새 기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하는지의 차이다. 한 동당 1000~2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다수의 ‘보통’ 농가가 2000만원 이상의 ‘상’ 농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부터 바꿔야 한다. 그의 말 한마디, 발걸음에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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