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이 배우는 모든 것은 진로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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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들이 배우는 모든 것은 진로교육이다
  • 김선영 독자
  • 승인 2017.07.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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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풍산 두승)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
청소년이 바라는 세상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참 흥분되고 떨리는 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먹고 살 걱정을 안 할 수 있다니….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진로교육 강연을 묶어 낸 책 제목입니다. 이 책에는 “월급이 많고, 정규직인 곳”이 좋은 일자리라고 규정한 국책기관의 연구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돈과 안정성’이 일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지요. 그러면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는 아이들 외에는 적성과 재능에 따라 영화감독이 되어도, 가수가 되어도, 동물 사육사가 되고, 농부가 되어도 이 기준에서는 모두 루저입니다.
중학생 자녀가 있기에 자유학기제 등 진로교육에 대한 교육기관의 의지를 여러모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과목 수도 매우 많고 매일매일 소화해야 할 학습 내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같은 수준, 같은 량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상황-읽기가 더디다거나 셈이 느리다거나 몸이 불편하다거나 등등에 따라 배움이 따라 오는 학교가 아니라, 나이에 따라 학년을 구분하고 한 교실에 앉아 똑같은 것을 배우는, 가르치는 사람과 제도의 편리를 위해 도입된 ‘학교’ 시스템입니다. 몸이 아파 하루를 결석하면 하루어치의 공부에서 뒤처지는 숨 막히는 학교에서 ‘덜어냄’ 없이 진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더’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덴마크 초등학생 4~5학년 아이들이 전교생 500명의 식사를 일주일간 준비해보는 요리수업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매우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당연히 그 일주일동안 다른 수업은 없습니다. 먹어야 살 수 있는 인간으로서, 건강한 먹거리란 무엇인지 재료를 가려 보는 눈을 기르고, 어떤 조리 과정을 통해 음식이 완성되고 어떤 노고가 필요한지 직접 체득하는 것을 학교에서 한다는 겁니다. 이 수업의 목적은 요리사를 양성하는 것이 당연히 아닙니다. 사람으로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을 몸으로 해보는 교육이지요.
저는 이런 교육을 열렬히 지지합니다. 무엇은 지식으로서 배워야 하고 무엇은 삶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인지를 가리고,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이고 무엇은 스스로 얻도록 할 것인지 골라내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홀쭉해진 교육과정 안에 진로교육이라는 너무도 소중하고 절실한 배움의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진로교육은 직업을 탐색하는 정도에 머물러 직업의 현황, 미래 전망, 필요한 자격요건 등등을 가르치고, 그리하여서 결국은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로 진학하면 된다는 식으로 귀결되기에, 조금 야박하게 말해 진로교육의 결과는 입시설명회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게 마무리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경험한 것이므로, ‘비판’하기는 쉬우나 가보지 않은 길에 먼저 첫발을 떼어 ‘대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낙오자에게 매우 냉정한 사회이니까요. 낙오되고 뒤처지는 경험을 흔쾌히 받아들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는 삶을 ‘낙오’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떻겠습니까? 진로와 미래에 대한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새 길을 걷는 이들은 지금도 많으며 계속 길을 넓혀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그들의 넉넉하고 평안한 삶에 대해 부러움만 갖지 말고 내가 그 길에 합류하겠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앞서 말한 단체의 송인수 대표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잘못된 세상이 바뀌고 난 후에, 잘못된 의식을 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질서는 개개인의 잘못된 의식을 숙주로 기생합니다. 내 속에 있는 잘못된 의식과의 싸움이 결국 잘못된 제도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잘못된 세상에 기대 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건강히 살라’고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그런 삶을 지지하는 사회가 되도록, 부모는 ‘불안’을 걷고 ‘불편’은 감수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게 될지 예측하고, 나아가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을 주도적으로 만들며,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이웃과 협력하여 당당하게 부딪힐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삶을 지탱해주는 진로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배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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