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25) 솜털 두둥실 떠가는 가을하늘 아래 ‘향가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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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25) 솜털 두둥실 떠가는 가을하늘 아래 ‘향가유원지’
  • 박재순 해설사
  • 승인 2017.09.0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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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풍산면 향가마을 자전거 길. 자전거 인증센터와 카페가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예쁜 이름…향기 ‘향’, 아름다울 ‘가’
캠핑 하고 옥출산 오르며 추억 쌓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여름 내내 지속된 폭염에 가을은 저만치 있는 줄 알았는데 성큼 다가와 어느새 매미 소리를 삼켰습니다. 오늘은 순창의 지명 중에 가장 향기로운 곳을 소개합니다. 바로 풍산면에 있는 대가리 향가(香佳)마을입니다.
향기 향(香)자에 아름다울 가(佳).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런 이름이 들어간 것일까요? 향가마을은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에 있는 마을로 순창군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옥출산을 사이에 두고 곡성군 옥과면 합강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섬진강 물줄기가 앞내를 흐르고 섬진강을 경계로 남원시 대강면과 접해 있습니다. 학창시절 소풍 단골 장소로 하얀 백사장에서 놀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선배들과 극기 훈련을 했던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박쥐가 살고 있어서 괴기스러움에 지날 때마다 소름이 돋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가을 하늘에 솜털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모습에 잠시 눈을 빼앗기다가 도착한 곳은 향가약수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받아 가기 위해서 북적이고 있습니다. 옥출산에서 내려온 약수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인근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커다란 동굴이 나옵니다. ‘향가터널’이라고 부르는 이 곳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순창에 철도가 놓일 뻔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제 강점기 때입니다. 일본은 순창과 담양에서 생산된 곡식들을 기차로 실어내어 여수를 거쳐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했답니다. 철도를 놓기 위해 교각을 세웠고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중단이 되어 유지되어 오던 것을 2013년에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을 완성하면서 자전거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향가 터널 입구에는 험악한 얼굴의 일본 헌병 모습을 한 인형과 강제 노역과 고단한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흰 옷을 입은 할아버지 인형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곳을 찾아 온 사람들이 헌병 얼굴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지나온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터널은 총 384m로 예전에는 자동차도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자동차는 다닐 수 없습니다. 터널 안은 자전거 길로 조성되면서 한 낮에도 조명이 켜져 있습니다. 향가 마을의 사계를 상징화한 나무 조형물과 순창의 옛 사진들, 문화재, 순창의 관광지 사진 등이 있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습니다. 서늘한 터널 안의 공기를 맞으며 그 옛날 이 터널을 파냈을 손길에 숙연해집니다.
터널을 나온 자전거 길은 다리 교각을 지나 곡성 - 구례 - 광양만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교각은 70여 년이 넘었는데도 건재해서 안정성 검사 후에 자전거 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각 입구에는 자전거 인증센터가 있고 얼마 전부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생겼습니다. 다리 중간쯤에는 스카이 워크 구간이 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어 이 곳을 들어가지 못하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리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보노라면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향가’라는 명칭이 왜 붙여졌는지 이 교각 위에 서보면 알게 됩니다. 물속에 비친 흰 구름과 나무들의 모습이 잠시 세상의 모습을 잊게 해 주는 순간. 한가로이 거니는 백로가 되어 날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다리 끝을 경계로 순창 풍산면과 남원시 대강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향가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주막이 있습니다. 인심도 좋게 더위 식히라며 얼음물 한 병을 그냥 내주십니다.
향가마을 유원지에는 현재 6개의 방갈로와 단체 방갈로 3개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제1야영장에는 캠핑장과 글램핑장이 있으며 아이들 놀이터와 풀장도 있습니다. 제2야영장은 주변이 조용하고 미니 축구장도 있습니다. 섬진강이 흐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가족들의 행복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캠핑장!
향가마을 옆과 뒤편으로는 옥출산 (玉出山, 276.9m)이 있습니다. 곡성군 옥과면 합강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지요. 이 곳에서 출토된 옥은 궁중에 진상되고 일본과 중국에 수출했다고 합니다. 평양기생들도 옥출산 옥을 갖기를 소원했다고 하니 여기에 얽힌 이야기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남원 사는 ‘월지매’ 아가씨는 빼어난 미색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형편에 옥출산 옥을 살 수 없어 낙망하다 마음의 병이 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눕게 되는데 홀어머니가 딸을 잃어버릴까봐 옥출산 옥을 구해준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는 소문을 냅니다. 하지만 워낙 비싼 값이라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가 순창군수가 옥을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소원했던 옥을 가진 소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건강해져서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옥출산에는 산 정상에 오르는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가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순창, 남원의 넓은 들녘과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산 중턱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군량미를 보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전라도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정유재란 때 이 곳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원성을 함락시킨 일본군들의 주력부대는 전주로 향하고 일부는 순창으로 들어옵니다. 옥출산성에서는 1957년 8월부터 9월까지 전투가 벌어집니다. 열악한 무기로 끝까지 항전했으나 모두 전사했다고 합니다.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기를 염원하는 넋들이 ‘향가’라는 지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와 바위 절벽에 드리워진 소나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바람결에 어디선가 형언할 수 없는 향기가 느껴집니다. 마음속에 가족들의 향기를 간직하고 싶으신 분? 시간 속에서 역사의 향기를 간직하고 싶으신 분? 살다가 문득 휴식의 향기를 간직하고 싶으신 분들은 향가유원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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