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누가 지켜주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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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누가 지켜주는 것 아니다”
  • 고윤석 경인본부장
  • 승인 2011.02.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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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 향우사랑의 원동력 김종세 변호사

섬진강의 맑고 푸른 물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며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열혈 청년과 다를 바 없이 동분서주 하는 김종세(77ㆍ동계 오동 출신) 변호사.

1962년 제1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20대 때부터 평생 동안 진리 위에 사랑과 정의가 숨 쉴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우뚝 바로 세우기 위하여 법조계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고향 순창의 자존심과 긍지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하여 끊임없는 애향의 열정으로 살아온 출향 50여년의 끈기와 투지의 삶을 들어본다.

- 사법고시 준비 중 갑자기 결혼했다.

△ 사법고시 시험을 치르고 고향에 내려갔는데 투병 중인 어머님의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선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고 3형제 중 장남이라 결혼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25세때 완주군 이서면 여산 송씨 집안의 동갑내기 둘째 딸과 지인의 중매로 결혼하였다. 그 당시는 결혼이 아무리 급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양쪽 집안 나름대로 절차를 거쳐야만 했는데 양쪽 집안 모두 흡족하게 성혼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머님께서 축하한다는 말씀은 커녕 “너무나 늦었다. 너 같으면 벌써 합격 했어야 했다”고 되레 혼을 내시던 일, 낙천적이면서도 투지가 강한 호랑이 같은 어머님의 “바르게 살아라”는 생전의 말씀이 기억난다.

- 몸이 부서지도록 공부했다.

△ 아버님(김원곤)이 순창군 초대 산업과장을 역임하셨다. 어려서부터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을 하셨기에 1등은 우리 집안에서는 당연한 일로 전해 내려왔다. 나 또한 전주북중, 전주고등학교, 전북대 법정대학 법학과, 대학원 사법과 석사졸업 후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불철주야 공부를 했다. 특히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는 몸이 쇠약해져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럴수록 끈기와 투지로 한계를 극복한 끝에 기어이 8전 9기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가 있었다. 지금도 해야 할 공부가 많다. 이론적 지식만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물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세상을 알아야 하고 특히 미래를 대비해 공부해야 한다.

- 변호사 보다는 ‘왕회장’으로 불린다.

△ 일찍이 재경순창군향우회 회장과 (사)옥천향토문화사회연구소 이사장,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시목위원회 책임위원, 한국보호관찰학회 고문, 한국가악진흥회 이사장 등 고향과 사회 취약지역 곳곳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리 불리는 것 같다. 특히 객지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선ㆍ후배들과 애향의 끈끈한 정을 나누는 자리를 자주 갖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다. 향우회 운영을 보다 더 활성화 시켜야 된다는 향우들의 바람에 사명감을 가지고 지난 1986년부터 제7ㆍ8ㆍ9대 재경향우회장으로 6년간 재임했다. 오늘날 우리 재경향우회가 전국 제일가는 고향 모임으로 발전해 가고 있음이 흐뭇하다.

- 정계 진출의 꿈은 없었나.

△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더 젊고 패기가 있는 훌륭한 분들이 할 일이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그 후로도 수많은 유혹도 있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변호사로서의 몫이다. 변호사는 판사 및 검사와 더불어 삼륜(三輪)이라고 불리며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다. 특히 변호를 하다보면 남을 비판하게 되는데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을 비판한 그 잣대로 내가 비판받으리라는 것은 꼭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날마다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리다.

-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간절하다.

△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을 부르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랜 지 5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자자손손 대대로 내려온 청정 순창이 근래에 와서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인구와 열악한 경제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온갖 부정과 비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명예스러운 군정으로 얼룩져가는 현실을 보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향을 위하여 자문과 권고, 애정 어린 충고를 전한 바 있으나 우이독경으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던 해였다. 몸통은 보였지만 거짓말로 몸통을 숨겼고 꼬리는 들어났지만 몸통(권력)이 막았다. “꼬리가 드러나면 언젠가는 몸통이 들어나기 마련이고 결국 몸통의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는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인 ‘장두노미(藏頭露尾)’가 내 고향을 두고 하는 말 같아 무척 씁쓸하다. 부모형제 친지들께서 살고 계시는 고향에 용돈이며 논, 밭 사드리는 것만이 효도가 아니고 그때그때 보고 들은 일에 대하여 생각을 일깨워 드려서 옳고 바르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출향 가족들이 평소에 고향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외형적 전시적으로 모양을 내는 것 보다는 실리적으로 우리 고장의 고유문화와 독특한 지역의 향기를 진솔하게 펼쳐 나아갈 수 있는 역량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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