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함께 걷는 섬진강 '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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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 함께 걷는 섬진강 '봄길'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3.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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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km 예향천리마실길 4코스 공기 상쾌하고 걷기 편안한 길

 

▲여행은 만남이다. 오래 못 보았던 친구,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하는 매화, 물이 가득한 섬진강, 숲길 작은 폭포까지.

예향천리마실길 4코스는 구미교에서 시작해서 내월, 입석, 도왕 세 마을을 지나고 은적골과 강경마을을 지나 다시 구미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코스다. 총 11.8킬로미터로 가장 긴 코스다. 순창읍 버스터미널에서 지북ㆍ구미행 작은 버스를 타고 구미교에 도착했다. 이 마실길을 걷기 위해 가장 많이 온 곳이 구미교다. 1코스부터 4코스까지 모든 출발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마실길을 걷기로 한 날에는 기분이 좋아진다. 걷기 전부터 걸을 생각으로 기분 좋은 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고 발걸음을 떼면 햇볕이 비타민 디(D)를 나눠준다. 몸과 마음이 건강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4코스는 원점 회귀코스다. 구미교에서 강경마을, 은적골, 도왕, 입석, 내월, 다시 구미교로 걸어도 되고, 구미교에서 내월, 입석, 도왕, 은적골, 강경마을, 구미교로 걸어도 된다.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한다. 구미교 다리를 마주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출발했다. 내월마을 방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표지판이 보이질 않는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21번 국도를 따라 터벅터벅 걷는다. 저 멀리서 은색 차가 오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내 옆에 섰다. ‘경계태세’ 발령! 여행을 하다보면 산 속 멧돼지, 자동차는 무섭고 길을 잃거나 식당이 없는 것은 끔찍하고, 지도에 나온 숙소가 폐업을 했다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여행하기 전에 미리 식당과 숙소에 전화를 걸어 영업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향천리마실길 한 코스씩 걷을 때는 숙소를 잡을 필요는 없고 식당은 3코스 장군목 구간에만 있어서 다른 코스를 걷고 차로 이동하든지, 도시락을 싸가든지 해야 한다.
내 앞에 선 은색 차! ‘뭐지?’ 쳐다보니 창문이 스르르 내리고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는 사람들이다. 적성에 사는 정필숙ㆍ김지연 언니! 평소에 뭐가 바쁘다고 만나기 힘들었는데 길을 걷다가 만난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애먼 길로 가고 있었다. 빠져야 할 길을 놓쳐 하마터면 순창읍내로 나갈 뻔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근처에는 식당도 없는데 사막에서 신기루 아니 오아시스를 만났다. 적성 정필숙 씨 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필숙 씨가 감자와 파를 들고 주방에 서 있는데 꼭 영화 <리틀포레스트> 김태리가 요리하기 전 모습 같다. 금세 요리를 만들어내어준다. 방금 밭에서 따온 치커리 샐러드, 호박전 그리고 새우와 어묵, 감자와 면이 들어간 새우탕면! 식탁에는 잎 브로콜리가 예쁜 노란색 꽃을 피우고 분위기를 띄우고 우리는 수다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꿀맛이다.
두 사람과 잠시 함께 걷기로 했다. 친구의 걷는 뒷모습은 늘 보기 좋아 사진을 찍게 된다.  내월마을로 가리키는 표지판을 못 봐서 21번 국도로 갔었는데, 표지판이 사라졌다고 한다. 갈림길인데 표지판이 없으니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직진 길은 표지판이 없어도 되지만, 갈림길에는 꼭 표지판이 있어야 한다. 내월마을로 빠지는 길은 ‘적성슬로공동체 동네목수공방’이라고 적힌 갈색 표지판 길이다. 친구에게 들은 얘기에 의하면 전 세계 갈색 표지판에 쓰여 있는 내용은 ‘문화재, 관광명소’를 뜻하는 세계적인 공통 규칙이라고 한다. 처음 간 곳에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면 갈색 표지판을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내월마을 쪽 길로 올라갔다. 공기는 상쾌하고 길은 걷기에 좋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 보니 소나무 가지가 가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고, 그 옆에 가지 윗부분이 빨간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반겨준다.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길을 걷다보니 대나무가 보이고 그 아래 참나무가 있고 그 위로 난 표고버섯이 보인다.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댓잎소리가 청아하다.
오늘은 사람들과 걷는 길이다. 두 언니와 인계에 사는 지선 씨, 풍산에 사는 나무 씨, 그리고 소담이와 누리까지. 나무 씨에게 “소담이와 누리가 부러워요. 저도 어렸을 때 자연과 더불어 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더니 “나는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보연 씨 처럼 크면 좋겠는데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여행하는 모습을 높이 사준 듯하다.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과 웃는 모습은 우리의 도보여행을 힐링여행으로 만들었다. 어린아이들은 보통 하루 300번에서 500번을 웃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일반적으로 5번에서 8번 정도만 웃는다고 한다.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기고 웃을 일이 생기니, 또 웃고. 웃을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웃어야겠다. 지금 잠시 웃음.
도왕마을로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표지판이 보인다.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표지판이다. 500미터를 더 가야 한다. (순창군 적성면 석산리 산 130-1) 다시 돌아와야 하니 1킬로미터를 더 걷는 것이다. 길을 걷는 것이지 코스를 걷는 것이 아니니 가기로 했다. 조금 더 가니 산길이 나타난다. 산길로 350미터 더 가야 한다. ‘뱀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긴 나뭇가지를 골라서 땅을 탁 탁 치고 간다. 뱀에게 먼저 피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석산리 마애여래좌상이 나타났다. 바위에 새겨져 있는 마애여래좌상의 모습이 부드럽고 여유롭다. 얼굴은 크고 입술은 빨갛고 표정은 부드럽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2003년 5월 16일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84호로 지정됐다.
산을 내려오는데 저 아래 보이는 하얀색 길이 아름답다. 앞으로 다시 걸어야 그 길이다. 길을 따라 가는데 곳곳에 나무의자가 있어 앉아 쉬기 좋다.
은적골에서는 ‘강경마을’ 표지판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4코스와 2코스가 만나는 길이다. 강경마을에서 만난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구미교이다.
섬진강은 얼음을 녹여 물을 더했고, 봄까치꽃은 벌써 피어났다. 매화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리길 기다리고 있다. 지금 길을 걸으면 섬진강의 봄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동안 바빠서 못 만난 친구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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