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문화재 관리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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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정문화재 관리 ‘소홀’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5.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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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ㆍ정절’ 고무하면서 ‘예산 없다’ 푸대접
긴요하지 않은 산길 포장 보다 ‘문화재 보존’

▲비지정문화재이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옥천조씨 정려각.
▲순창객사 옆에 있는 간아지 정려비.
순창객사 옆 ‘간아지 정려비’

순창초등학교 교정에 위치한 순창객사 옆에 ‘간아지 정려비’가 세워져 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 쪽 구석에 있기 때문이다. 앞에는 대형 전광판이 있어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간아지 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간아지는 관비로 유생 훈도 유문표에 대한 정절을 지킨 여인이다. 1512년 중종이 전국에 있는 충신, 효자, 열녀들의 사적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책자로 만들라는 교시를 내렸고, 당시 전라도 관찰사인 남온이 간아지의 삶을 조정에 보고해서, 조정에서 정려비를 내렸다. 간아지 정려비는 1517년 순창읍 하방정(현재 순창초등학교 동편)에 세워졌고, 1923년 경천 제방 공사로 금과면 남계리 호계정으로 옮겨졌다. 이후 호계정이 소실되면서 담양군 창평면 해곡마을 유문표의 묘 아래로 옮겨졌으나, 2000년 11월 순창군민들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세웠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순창의 대표적인 정려 유적으로 간아지의 정절을 적은 안내판과 함께 순창 초등학교 정문 가까이에 있다. 순창초등학교에는 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48호인 순창 객사도 있어 역사 탐방 코스로 훌륭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흙더미에 파묻힌 ‘옥천조씨 정려각’

순창읍에서 공설운동장에 가는 길, 농경지 가운데 쓰러져 가는 정각 지붕 맨 위쪽 기와가 보일듯 말듯 가물거린다. 다 쓰러져 가는 옥천조씨 정려각 지붕 기와다.
남편 이한구에 대한 옥천조씨의 일심을 높이 사서 세워졌다는 열녀비는 1868년(고종 5년) 4월 관청과 향리들이 서로 의논하여 세웠고, 그 후 1886년에 정려각을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정려각은 맞배지붕 기와집으로 정면 1칸, 측면 1칸 규모이다. 정려각에는 단청을 하였으나 퇴색했다. 비석에는 ‘열부 고 한량 이현구 지처 옥천 조씨 지비’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정려각 지붕이 헐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단청은 이미 퇴색해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기와의 무게를 못 이겨 내려앉고 있는데다, 당초 논이었던 주변 농경지의 지주가 개발을 위해 붉은 흙을 꽤 높이 쌓아서, 주변 흙에 파묻힌 형국이다.

비지정문화재 관리정책 바꿔야

군 관계자는 비지정문화재 관리에 대해 “정려비는 전국적으로 3500~4000개가 있다. 순창에도 200여개다. 일일이 군비를 들여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정문화재는 국비와 도비를 받아 관리하는데 비지정문화재는 예산(군비)을 들여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가치가 입증되지 않은 많은 수의 비지정문화재를 관리하는 문제는 예산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간아지 정려비는 객사 옆에 있으니 순창객사를 관리할 때 함께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 안내문 보수도 올해 안에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보름쯤 지나 가보았더니 안내문이 깨끗하게 닦여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옥천조씨 정려각에 대해서는 “마을주민과 관광객의 연락이 종종 있었다. 고민하고 있다. 비지정문화재라서 예산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가치가 입증되면 지정문화재가 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관리도 어렵지만 철거도 쉽지 않다. 옥천조씨 정려각은 개인 소유 정려각이다. 소유자가 소유 의지가 없을 때 철거할 수 있다. 소유자가 서울에 있고 전주 이씨 종중도 외지에 있어 연결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옥천조씨 소유자와 연락을 취하고 의견을 취합해서 관리나 철거로 방향을 정하고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읍내 사는 임아무개씨는 “소유자 운운하기보다 소유자에게 관리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 군이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 이야기 있는 관광, 머무르고 쉬어가는 관광 운운 하면서 귀찮으니 철거하고 관리할 자손 없으니 없애버리면 남아날 문화재가 어디 있겠냐”며 “충절, 효친,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고장이라 자랑만 하지 말고 조상들의 충효정절의 기상을 보존해야 한다. 끗발 있는 사람, 산길 포장해주는 일보다 수 백 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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