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순창에서 새로운 영화로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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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순창에서 새로운 영화로 만나겠다”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2.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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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보다 낯선’ 특별상영, 여균동 감독과의 대화

 

▲지난 16일 작은영화관에서 특별상영한 독립영화 ‘예수보다 낯선’ 감독 여균동 씨와 관람객들의 기념촬영.

여균동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 ‘예수보다 낯선’(극ㆍ연출 여균동, 주연 여균동ㆍ조복래)이 지난 16일, 작은영화관에서 특별 상영됐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예수보다 낯선>은 제작비 3000만원의 저예산 독립영화다. 오후 4시 30분부터 영화가 상영되었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차은숙 작가가 사회를 맡아 여균동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차 작가와 여균동 감독의 대화를 간추려 싣는다.

 

친구부부가 살고 있는 순창, 친숙

◇오신 분들께 인사해주시고 순창에 오신 소감도 말씀해 주세요.
=순창은 낯선 곳이 아니에요. 친구 부부가 살고 있어서 매 년 한 번 이상은 오는 것 같아요. 읍내는 거의 안 들어오고 친구 집에 있다가 갔어요. <세상 밖으로>를 고창과 순창 근처에서 찍었는데 그 때 친구부부가 엑스트라를 동원해줬습니다. 3월에 영화관에 개봉할 예정인데, 그 전에 나와 인연이 있는 곳에서 1대 1로 상영을 하고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영화 만들 것

◇‘가끔 영화감독’에서 앞으로 ‘자주 영화감독’이 되는 것인가요.
=가톨릭 집안이어서 어릴 때부터 사탄의 자식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신에 관한 질문을 많이 가졌고 나름대로의 답을 만들게 되었죠. 10년간 영화 외적인 일도 많이 했어요. 영화감독이 영화 일을 해야지 하면서 돌아왔는데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욕망 자체가 상업적인 게 아닌 것이 되었어요. 그 첫 작업으로 만든 것이 이번 작품인데, 두 번째는 죽음, 세 번째는 외계인에 대한 영화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영화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이전 영화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3000만 원 들었어요. 9명이서 찍은 영화인데 나름대로 자기방식을 찾아서 찍은 영화예요.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운 좋게 영화를 끝냈어요.

삶의 기준은 ‘행복’

◇감독으로서 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도 해주세요.
=그런 얘기를 하기에 부족한 것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귀농귀촌하신 분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그걸 못했어요. 10년 전부터 나는 사라질 거야 하면서 실제 못하고 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이 저보다 나은 분들이에요. 저의 선배들인 셈이죠.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들어야지 하고 영화 만들 때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3000만 원짜리 영화를 만들 때는 행복했어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귀농을 한다든가 대안적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 또는 새로운 타인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것과 영화감독으로서 상업영화 보다는 그냥 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영화 만드는 게 더 행복해요. 1000명도 안 볼 영화를 가지고 싸울 일도 없는 것이죠. 말하자면 기준자체가 바뀌었어요. ‘이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볼 거야’이런 것에 관심 없어요.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행복의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직업으로서 성공한 영화감독 말고, ‘그게 나한테 행복할까’라는 기준으로 보면 영화감독의 길이 다를 거라는 거죠. 물론 힘들겠지만 힘들지 않는 일이 있을까 싶어요. 결론적으로 여기 계신 분들이 저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분들입니다.

종교 영화 아냐,
“타인과 밥을 먹는 것이 신을 만나는 것”

◇(객석에서) 예수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는 종교 영화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정답은 이미 예수랑 밥을 먹는 다는 것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밥을 먹어야 된다는 뜻이에요. 타인과 밥을 먹는 자체가 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 탄압을 받았지만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왜 신 없으면 못살까’, ‘신이 사람들에게 왜 있어야 할까’ 타자와 살기 위해서 신이 필요합니다. 혼자 사는데 신이 필요 없어요. 타자를 만나는 시간이 신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예수가 코페르니쿠스 같은 전회(轉回)를 시켰던 게 하늘에 계신 신을 땅으로 끌어내린 겁니다. 예수를 사상가로 봤을 때 엄청난 말을 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씀이 있다고 했어요. 죽을 말을 한 것이죠. 예수는 사람들과 함께 매일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사라는 형식이 결국 같이 밥 먹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타자와 밥을 먹는 것이 신을 만나는 것이죠.

‘낯선’ 영화…‘신ㆍ사후ㆍ외계’  영화 3편

◇‘낯선’ 영화 시리즈, 소개 좀 해주세요.
=예수님을 옛날에 낯선자라고 불렀대요. 낯설어지지 않으면 타인이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낯선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방식인가 봐요. 자기 자신도 낯설게 보는 방식이 필요하고…. 어느 드라마의 리드에서 인간의 3대 의문을 봤어요. 신은 존재하는가, 사후 세계가 있는가, 외계 지적 생물이 있는가, 이 세 개가 3대 질문이래요. 이걸 영화로 해서 첫 번째 신에 대한 질문을 했었고, 두 번째는 사후 세계에 대한 것으로 ‘살아 있다는 것-저승보다 낯선’인데 첫 번째 영화보다 더 웃겨요. 세 번째 영화가 ‘지구보다 낯선’인데, 외계생명체에 대한 고민이에요. 세 개의 공통 질문은 딱 하나예요. ‘타자와 어떻게 살 것인가’ 타자를 받아들이는 생각과 방식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여균동 감독은 내년에도 순창에서 새로운 영화로 만나겠다는 인사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관람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 감독은 1994년 <세상 밖으로>로 데뷔한 후, <죽이는 이야기>(1997), <미인>(2000), <비단구두>(2005) 등을 연출하였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감독 장수로)에서 은행원으로 나오면서 제15회 신인 남우상(1994)을 수상했다. 이듬해 1995년에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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