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9) 그들의 삶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으려면
상태바
내책(19) 그들의 삶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으려면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03.23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한비야 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모든 것을 빼앗아 가버린 쓰나미 뒤에도 삶은 계속 된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고 그들이 피해자이지만 용감한 생존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관심과 가능한 실천으로 우리도 지도 밖을 행군해 보자. "

사람이 갑자기 큰일을 당하면 눈앞의 현실이 제발 ‘한 숨 자다가 놀라 깨어나는 꿈’이었기를 바란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온정이 뜨겁다. 11일 발생한 동 일본 지진은 현재까지 사상자와 실종자가 2만 명에 이르고, 지진해일과 원전폭발에 이어 방사능 유출이라는 대재앙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방사능 유출은 문명의 이기로 자랑해온 인간의 핵에 대해서 자연이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관영방송에서까지 일본을 돕자고 하는 것에 대해 그럴 것까지 있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이웃나라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고, 우리의 이러한 온정은 씨앗이 되어 두 나라의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믿어지기에 훈훈하다.

재난의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그 생명이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긴급구호라고 한다. 이 책은 세계일주를 위해 잘 나가던 직장을 버리고 여자의 몸으로 7년에 걸쳐 지구 세 바퀴 반을 여행한 후 현재 ‘국제 NGO 월드비전’의 구호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람의 여인 한비야’의 5년에 걸친 긴급구호 활동과 삶의 보고서이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바람여인으로 책 표지에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이목구비를 잘 갖춘 예쁜 모습이 아니라, 밝고 환해서, 매사에 당당해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서 예뻐 보이는 얼굴이다. 우리나라는 전쟁 후부터 1990년까지 받은 해외원조가 25조에 이르는 원조 부채국(?) 이라고 한다. 왜 우리나라에도 도울 일이 많은데 외국까지 가서 돕느냐, 험한 일을 자초하면서 그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일이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이고, 자신의 피를 뜨겁게 끓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가 뜨거워지고 가슴 뛰는 일을 한다는 말에 부끄러움과 충격이 재난 경보처럼 꾸역거리며 다가온다.

꼬챙이처럼 드러난 뼈마디, 극심한 기근으로 고통 받는 아프가니스탄, 드넓은 초원과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굶주린 난민, 막대한 외채, 에이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현실, 산들의 고향 네팔, 세계의 화약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남아시아 해일 대 참사, 북한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밀가루 반죽 넓혀가듯 지도 밖으로 독자를 행군하게 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가 아는 이스라엘과 사뭇 다른 현지의 보고내용이다. 예루살렘의 성지를 찾는다며 팔레스타인을 강제로 추방하고 점령지역에 자치권을 인정했으면서도 검문소를 세워 검문할 뿐 만 아니라 막대한 정착금을 주며 유대인의 정착촌을 만들고, 자살테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거리를 5미터 8미터 높이로 세운 분리장벽은 반대편 농장과 일터, 학교 및 식당 병원에도 왕래가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국제법위반 판결에도 불구하고 석유자원과 관련된 중동을 이스라엘을 통하여 관리하고자 하는 미국의 계산과도 맞아서 자행된 일이라고 한다.분리장벽이든 정착촌이든 재난과 기근이든 나와 무슨 상관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진심으로 평화를 바라는 일, 작은 것이라도 도움의 손길로 실천하는 일, 우리가 그들을 똑바로 지켜보는 일,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기면 한 목소리로 응징하는 일 등 감시자와 목격자 조력자의 역할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빼앗아 가버린 쓰나미 뒤에도 삶은 계속 된다고 한다.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고 그들이 피해자이지만 용감한 생존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관심과 가능한 실천으로 우리도 지도 밖을 행군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