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농협 적성지점(지점장 양준섭)에서는 지난 달 28일 우리 밀을 수매했다.
수매 결과 23헥타르(ha)에 달하는 경작 면적에서 63톤(t)이 걷혀 평년에 비해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대체로 최근 수확되는 작물의 작황이 부진한 점은 밀 수매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여물’이 맺히는 않는 백수 피해가 발생해 소득이 감소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1등품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성지점의 지난해 수매가격은 40킬로그램(kg) 1가마당 3만5000원이었으나 올해는 1등품이 없이 2등품 기준 3만2000원으로 아예 통일했다. 양해철 대리는 “밀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와서 직접 검사한 결과 16% 가량이 쓸 수 없는 것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가격에 반영하면 농민들의 소득감소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해 3만5000원을 기준, 10% 인하수준으로 가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해로 폐지되는 보리에서 밀로 이모작 전환을 고려하는 농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보리는 조사료 및 장류원료로 쓰이고 있고 밀은 작황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권오상(56ㆍ적성 평남) 적성면 밀 작목반 총무는 “농촌진흥청에서 교육을 받을 때 농약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밀이 보리보다 병충해에 강해 친환경재배를 하기에도 유리했지만 올해 붉은 곰팡이병이 돌아 이것이 깨졌다”며 “작황만 좋으면 밀은 분명 보리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최근 3년간 너무 부진해 망설이는 농가가 많다”고 말했다.
양준섭 지점장은 “곧 농가를 대상으로 의향조사를 진행해 보리에서 밀로 전환하고자 하는 농가를 알아볼 예정이다. 그리고 밀 재배교육을 진행해 작황을 올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밀재배 농가를 늘여 갈 계획을 밝혔다.
한편 밀 작물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은 보다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앞으로 밀 자급률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보리수매를 폐지해 밀 전환을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관보전직불제의 대상 작물에 밀이 포함되도록 하면 농가소득 향상과 자급률 달성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물 ‘물알(아직 덜 여물어서 물기가 많고 말랑한 곡식알)’의 전남지방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