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27) 야생초에서 배워야하는 끈기와 인생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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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27) 야생초에서 배워야하는 끈기와 인생의 향기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07.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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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황대권 저.「야생초 편지」

‘닭의 장풀’이라고도 불리는 달개비꽃을 자세히 살펴보니 예술이 꼭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출신인 아내에게 점수 따는 방법은 때론 남의 집 담장에서 장미 한 송이쯤 슬쩍 꺾어 넌지시 건네주는 것이다. 오늘 내가 풀밭에서 찾아 아내에게 건넨 꽃은 달개비꽃이였다. 이 꽃의 기막힌 느낌은 저자의 설명처럼 ‘귀가 큰 미키마우스’를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풍물 대동굿판에서 농기, 단기와 함께 우뚝 서있는 용기에 그려진 형형하고 신령스런 ‘용’의 모습이다. 풍물 속에서 그 꽃이 보아지니, 어쩔 수 없는 제 눈에 안경인 까닭이겠다.

예술이라는 단어까지 끌어다가 이제야 발견한 들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꽃이 너무 흔해서 소홀했거나, 너무 작아서 얼른 눈에 띄지 못한 이유만은 아니다. 우리들 관심의 눈이 그것에 대해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풀은 지천으로 늘어져 녹색의 물결로 들녘을 범람한다. 넘치는 풀과의 싸움에서 힘겨운 농부에게는 생장이 빠르고, 숫자가 많고, 못생기고, 제초제에 강하고, 작물을 괴롭히는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 바로 풀과 꽃일 터이니 감정의 절차상으로도 관심의 문을 열 때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제 눈에 안경이라도 좋으니 풀 속에 숨어있는 꽃을 잠시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세상에나!’

「야생초 편지」는 문화방송(MBC)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에서 국가기관 조작사건으로 소개된 ‘구미유학생 간첩단사건’에 연루된 황대권씨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2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하면서 파괴된 자신을 다시 세워준 진정한 옥중동지였던 야생초에 관해서 6년에 걸쳐 동생 미선에게 보낸 편지형식의 연구서이자, 삶에 대한 성찰, 세상과 우주를 보는 방식까지 바꾸어버린 나날의 소중한 기록이다.

생태주의 운동가인 저자는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그것이 아무리 하찮아 보일지라도 이 우주에 하나 뿐 이라는 생명의 동질성과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들판에 널린 풀들은 먹거리, 찻거리, 볼거리로 온 천지에 가득찬 보물섬”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 잡초라고 부르지 않고 야생초라고 말한다.

눈을 돌려보자. “요즘 제철인 호박잎과 함께 피기전의 뾰쪽한 호박꽃을 함께 쪄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흰 즙을 내는 풀들은 벌레물린 상처에 쉽게 낫고, 비름은 이뇨 지사 통경 안질에 좋고, 명아주는 넓은 잎을 많이 내는 어린 시절 나물로 만들어서 먹는다. 야생초는 야채와 다르다. 자연 상태에서 섭취한 영양소와 천지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농 이전에는 농사짓고 채취하여 이용한 것이 300여종에 달했지만, 지금은 먹는 야채 종류만 20여종을 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달개비, 제비꽃, 냉이, 괭이밥, 씀바귀, 마디풀, 방가지똥, 지창개, 개쑥갓, 황새냉이, 벼룩나물, 명아주, 쑥, 꽃마리, 며느리 밑싯개…’ 야생초의 이름은 친근하고 숭칙하기도 하다. 미대를 지망할 정도였던 저자의 데생솜씨와 함께 책장을 넘겨가는 동안 앞으로는 주변의 풀들에게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야생초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인간들은 크고 작건, 잘생겼건 못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을 피워내는 야생초로부터 진정한 인생의 향기가 무엇인지를 배워야한다.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더구나 인간관계에서 보면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결코 교만하거나 설쳐대지 않는다.’ 천지의 기운이 담긴 왕고들빼기 쌈으로 먹은 점심 덕택이다. 장마철 지친 몸이 제법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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