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자’ 이룬 방화마을 최고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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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 이룬 방화마을 최고 전성기!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2.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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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ㆍ청년회ㆍ부녀회 서로 칭찬하며 멀리뛰기 ‘준비’

“우리 마을같은 마을이 드물어. 이게 다 마을 젊은이들 덕이여. 청년회고, 부녀회고 엄청 부지런혀. 마을 공병을 전부 주워다 부녀회비로 쓰고 어른들 음식 대접하고, 풍물패 한다고 300만원 어치 풍물 옷이랑 쟁여 놨는 디, 이 젊은 사람들이 다 이어받아서 하지.”

 

 

▲충청도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방문객들과 상추를 땄다.
▲충청도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방문객들과 상추를 땄다.
▲방화리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방화리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지난 24일, 방화마을 대보름행사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침이 마르도록 마을 부녀회와 젊은이들을 칭찬했다. 
최정주(49) 부녀회장과 고재권(55) 이장을 만났다. 김상길(55세) 청년회장은 외출해서 참석하지 못했다. 김연호(53) 청년회 부회장이 “지나가다 차가 있어서 어머니 안 갖다 드리고 고로쇠 두 병을 가져왔다”며 들어왔다. 두 사람이 손뼉치며 반가워했다. 
“아이고, 이장, 청년회, 부녀회가 다 모였네요.”
“우리는 모이면 겁나게 좋아요. 옛날에 웃지도 않고 살았던 거 같아. 자주 만나니까 웃을 일이 많고, 그래서 또 만나고.”
유명무실한 청년회를 다시 세우고, 이장과 부녀회,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요즘,  이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이 우리 마을 최고 절정기예요.”, “우리도 절정기예요. 지금 제일 행복해요.”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서로 누군지도 모르고 살던 시간이 이들에게도 있었다. 최정주 씨는 귀농 11년 차, 고추, 두릅, 완두콩 농사를 짓는다. 김연호 씨는 97년 귀농, 축산을 하고 있다. 김상길 이장은 귀농 7년차,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다. 
고로쇠를 나눠 마시며, 마을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농식품부 ‘창조적 마을만들기사업’ 공모에 우리 마을이 되었어요. 올해 공사 들어가고, 회관도 지어요. 마을법인 만들어 가공공장 설립하고, 둘레길도 만들고요.”
외진 마을에 작지 않은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에 노인 소일거리 창출사업을 신청(응모)해둔 상태다. 
“두부 만들고, 고추 꼭다리 따는 거, 한 푸대 따면 얼마씩 드리고, 참기름 짜서 포장하고, 가공공장 만드는 거랑 연계해서, 마을 주민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하려고요.”
“체험마을로 지정되고 경기도, 인천에서 사람들이 와요. 와서 농산물도 사 가구요. 올해는 두릅으로 밥도 준비해서 500만원을 벌었지요.”
이들에게 ‘500만원’은 ‘돈’만은 아니다. 마을 전체가 힘을 합쳐 함께 해낸 일이라,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밑천이다. 방화마을은 유독 깨끗하다. 마을 곳곳이 잘 정비되어 있고, 하천변도 말끔하기 그지없다.
“마을 청소하면 동네 분들이 다 나와요. 호미 들고.”
“부녀회가 잘해요. 회비도 안 걷고, 어르신들은 차비도 아까워 걸어가시니까요. 회비를 마련하려고 공병 수거하고, 모은 돈으로 어르신들 식사 대접하고 마을 일에도 보태죠.”
“이장님이 다 도와줘요. 트럭 가지고 다니면서. 길 가다 보면, 우리 눈에 공병 밖에 안 보여요.”
부녀회장이 웃는다. 이장이 부녀회를 칭찬하면 도로 이장한테 돌아간다. 다시 이장이 청년회를 칭찬한다.
“정기선 씨 자제분이 와서 마을이 변한 거를 보고 놀라더라고. 눈으로 직접 보니까. 귀농에 관심 없었는데, 자기도 당장 오고 싶다고. 오면 청년회가 다 도와줄 것 같다고.”
청년회는 다시 이장에게 공을 돌린다. 
“이장님이 되고 마을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마을 일이라면 온갖 허드렛일, 남의 집 잔일, 노임도 없는 일 가리지 않고 하는 거 보고 사람들이 모두 칭찬을 하더라고요. 마을에 필요한 일들이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고.”
공은 다시 이장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마을 일을 그렇게 부지런하게 하였을까? 이장은 사람 좋게 웃는다. 
“시간이 많았어요. 농사 지어먹을 땅 하나 없었으니까요. 농사짓고 살려면 마을이 살아야겠다, 생각하며 마을 일에 나섰죠. 지금은 어디 가서 욕은 안 먹죠. 임대를 많이 주셔서 농사도 많고요.”
이장, 청년회, 부녀회. 이들이 힘을 모으자, 이 힘은 아래로, 약한 곳으로 흘렀다. 
“마을 행사에 잘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 기초수급자들, 독거노인분들을 제일 신경 쓰죠. 올해는 못 했지만, 새해 첫날에 모시고 세배하고, 용돈도 드리지요.”
이 힘은 마을이 낯선 이들, 귀농인들을 환대하는 손짓이 된다. 
“마을 조직이 활성화되니까, 마을이 오픈돼요. 귀농인들한테 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마을은 귀농인들과 선주민들 유대관계가 좋아요. 그래도 안 나오시는 분도 계시지만요.”
이장이 귀농인들에게 느끼는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귀농인들은 농사짓는 거, 인터넷 보지 말고, 마을 어르신들한테 물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르거든요. 농촌 마을의 풍습이나 마을 사람과 사귀는 거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김연호 씨는 “옛날에는 마을 유지들이 이장을 결정하고, 이장은 마을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마을이 바뀌려면 마을의 관습을 깨야 해요. 앞으로 멀리 뛰기 위해서.”
멀리 뛰려면 고단한 터인데, 그들의 얼굴은 환하다. 서로 신발 끈을 매어주고 살펴주는 이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상이 나면 청년회가 나서서 상여를 매고 떠나시는 길에 함께한다.
초상이 나면 청년회가 나서서 상여를 매고 떠나시는 길에 함께한다.
삼박자가 맞는 삼인방, 고재권 이장, 최정주 부녀회장, 김상길 청년회장
▲삼박자가 맞는 삼인방, 고재권 이장, 최정주 부녀회장, 김상길 청년회장
향우회가 마련한 신년하례회, 어르신들께 세배하고 용돈도 드린다.
▲향우회가 마련한 신년하례회, 어르신들께 세배하고 용돈도 드린다.
방화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개발한 꽃밥
▲방화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개발한 꽃밥
▲마을 어귀 방화리 장수마을 표지석.
▲마을 어귀 방화리 장수마을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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