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댐 방류로 수계지역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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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댐 방류로 수계지역 쑥대밭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8.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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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밀리도 안 왔는데 ‘주민원성 높아’

섬진강 수위가 내려간 뒤 찾아 간 동계면 장구목 일대는 처참했다.

구미교는 난간이 파손되고 진입로 일부가 유실되었으며 쓰러진 나무에는 상류에서 내려와 걸린 쓰레기로 가득했다.

섬진강댐 방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동계면은 피해액을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농지 침수는 물론 민박시설도 파괴되었고 구미교 인근의 장어양식장 두 곳에서는 장어 90만 수 가량이 강물로 흘러들었다. 자라 양식장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전기시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장어양식장을 운영하는 권재환 무량수산 대표는 “피해액만 35억이다. 4월과 7월에 총 7억원을 들여 치어를 들여왔는데 다 떠내려갔다. 양식장 바닥 콘크리트가 들리고 기둥이 이동됐다. 건물이 겉으로는 멀쩡할지 모르나 완파된 상태다”며 “12년간 관리실에서 생활하면서 빠듯하게 생활해왔고 올해 순창읍에 집을 마련하기로 아내와 약속한 상태였다. 이렇게 허무하고 빚더미에 오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장구목 토종가든과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순례(66ㆍ동계 구미)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씨 가족은 방류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섬진강댐 측이 들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몸만 피해야 했다. 김씨는 “성수기에 대비해서 수천만 원을 들여 민박시설을 새 단장했지만 100만원도 못 건진 채 완전히 파손됐다. 집 안에 있던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도 떠내려갔고 모든 게 물에 잠겨 입을 옷조차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수해 5일 전부터 방류한다고 방송을 하며 다녀서 손님들도 다 빠져나갔는데 정작 그때는 방류를 안 하고 이번에 난리가 났다. 3000톤이던 1800톤이던 물을 미리 뺐어야 할 것 아니냐”며 섬진강댐관리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래 없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승호(52ㆍ동계 구미) 이장은 “마을의 90세 되신 어르신도 평생 처음 겪는 수해라고 한다. 천변 대부분 농지가 잠겨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살길이 막막해졌다.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잎이 파란 나락이 수해를 입었다고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양 이장은 또 “분명히 조치해야 하지만 댐 관리소에서는 미안하단 말도 없다. 인재가 확실한데도 힘없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무슨 힘을 쓰겠나. 군 차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성면과 유등면 지역에서 수해를 입은 주민들 역시 제방이 낮게 만들어지고 수문이 설치된 뒤로 그간 없던 피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도로관리를 담당하는 익산국도관리청에 항의방문을 추진하기도 했다. 적성면내 침수피해를 입은 곳은 농지만 40헥타르(12만 평)에 달한다.

이곳의 많은 주민들은 섬진강댐관리단이 공지한 방류량 1800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섬진강댐관리단은 “3300톤 방류를 검토했고 영산강 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았지만 댐 붕괴얘기도 나와 1787톤만 했다. 태풍 무이파 영향으로 100톤 내외의 예비 방류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많은 물이 유입돼 부득이 댐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기능을 한다는 섬진강댐의 방류 가용수위는 불과 5m에 그쳐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또 다시 주민피해가 커질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문방류가 가능한 수위가 192.7m로 이에 못 미치면 수문을 열어도 물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에 반해 만수위는 197.7m여서 이 이상 올라가면 댐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200m를 넘기면 댐이 범람한다.

박준근 섬진강댐관리단 운영차장은 “비상 여수로로 터널을 뚫고 몇 년 빈도의 홍수가 아니라 최대한 물을 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 양을 조절해서 이번처럼 오더라도 큰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상급기관에서 피해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치를 마련하면 규정치 보다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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