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돌아가셔도 착유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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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돌아가셔도 착유해야 했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8.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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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건규 순창낙우회장

 

▲ 박건규 낙우회장은 푸른초원에서 한가로이 풀 뜯는 모습을 상상하며 낙농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도 이를 권하지 않는다.

우유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인상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6일 타결된 원유 가격협상은 1킬로그램(kg)당 130원에서 등급에 따라 8월까지 더 올리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우유 가격은 400원 정도로 올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건규 한국낙농육우협회 순창낙우회장은 “소비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적자보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유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그간 적자로 많은 피해를 감수해왔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착유 특성상 여가생활은 꿈도 꿀 수 없는 작업 환경이라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원유를 짜야 하기 때문에 어디 놀러 갈 수도 없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셨을 때도 착유를 해야 했다”며 “낙농인의 사정이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누구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러 나가지만 우리는 순전히 소 젖 짜기 위해, 노동하기 위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낙농은 한우에 비해 사육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가유기(원유 착유 기간)의 젖소는 하루 25~30kg 가량 원유를 생산한다. 당연히 사료 소비량이 많고 착유기도 수천만원선이라 시작은 대부분 빚을 내어 한다. 한번 출산한 후에야 젖을 짤 수 있고 양질의 원유를 빼기 때문에 가유기에는 고열량 사료도 먹여야 한다. 가유기간이 짧고 이 기간이 수익과 직결되어 있다. 대개 만 4살이 지나면 폐기 처리된다.

당초 낙우회에서 관철하고자 한 173원은 하루 1톤을 생산하는 가정 하에 월 500여 만원의 가격보전을 이끌 수 있다. 금액으로는 상당하지만 육성우에 비해 3배 이상 들어가는 사료 값을 제외하면 간신히 인건비정도를 건지는 수준이다. 박 회장은 “그간 적자에 시달리다보니 빚을 내어 사료를 사왔고 이마저도 제대로 못 먹였다. 당연히 원유의 양과 질은 떨어졌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순이 반복 되었다. 생산비 보전연동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아직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쌀과 더불어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대상품목인 우유는 3년에 한 번 협상할 정도로 가격 변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생산비가 올라도 보전이 잘 안 되는 우유가격을 두고 낙농인들이 나락 값과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다. 원유가격은 우유 소비자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형적 유통구조를 갖고 있으며 뚜렷한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황금알로 군림해온 대표 품목 중 하나가 됐다.

유업체 매출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낙농은 점차 ‘수익 안 나는 사업’으로 변해갔다. 수년 전만해도 군내 50~60호에 달하던 낙농가의 수는 지금 12농가로 줄었다. 후계자는 단 한명 뿐이다. 30년 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 사진을 본 것을 계기로 내려온 박 회장조차 지금 누구에게도 낙농을 권하지 않는다. 그는 “3디(D)업종가운데 낙농이 가장 힘든 직종일 것이다. 여가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생활습관에 비추면 맞지 않는다. 장래가 보인다면 자녀들에게도 권장했겠지만 낙농 해보란 얘기를 못 하겠더라”며 “어쩔 수 없이 정권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명박 정부가 고환율정책을 펼친 시기부터 사료 값이 치솟아 갑자기 어려워졌다. 기름 값 등 물가는 오르는데 생산비는 그대로며 재벌은 여전히 벌고 있다. 어찌 됐던 서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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