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 머슴이 대접 받는 최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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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 머슴이 대접 받는 최고의 날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08.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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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위)·함양백중놀이(아래).

백중(百中)은 음력 7월 15일에 해당하며 세벌김매기가 끝난 후 여름철 휴한기에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 농민들의 여름철 축제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고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백중놀이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던 농민명절을 뜻한다.

백중은 원래 불가에서 부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일을 합한 4대 명절에 더하여 우란분재(盂蘭盆齋)가 행해지는 5대 명절에 해당된다.

대개 농사일을 잠시 쉬며 수확기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겨지는 백중에는 예부터 전국 곳곳에서 백중일을 기해 다양한 문화활동이 펼쳐져왔다.

백중은 먹고 마시고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날인데 백중놀이는 축제로도 연결됐다. 이 날은 농경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머슴들이 대접받는 날이기도 하다. 정월대보름과 더불어 머슴이 대접받는 백중날은 곧 당대의 노동절이었다. 주인집에서는 머슴들에게 백중빔이라 하여 백중날 새 옷을 선물했고 돈과 휴가를 주기도 했다. 머슴들은 이 돈을 가지고 노동의 고단함을 풀었고 상인들은 이 틈을 타 장터를 세웠다. 백중장에는 씨름을 비롯해 각종 구경거리가 마련됐다. 지역에 따라 씨름에서 우승한 머슴은 소를 부상으로 받아 가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힘이 좋은 머슴이 대접받듯 이와 관련한 풍속도 있다. 품앗이가 일반적이던 시절 두레에 가입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자신의 힘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고창 지역에서는 백중날 들돌을 들 수 있어야 장정품앗이를 쳐줬다. 또한 진서턱이라 하여 마을 어른들에게 술을 올리며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그 해에 농사가 가장 잘 된 집의 머슴은 소를 타고 마을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머슴이 마을을 돌 때면 드나드는 집마다 주인이 이 머슴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며 예우해줬다. 호미씻이라 불리는 이 풍습은 지역마다 초연, 머슴날, 장원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백중날 머슴이 얼마나 대접받는 지는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는 말에서 정점을 찍는다. 마을 어른들은 미혼이거나 홀아비가 된 머슴들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줘 장가를 보내고 심지어는 살림도 장만해주었다. 일 년 혹은 몇 년 내내 고생해온 머슴들에게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제주도에서는 이 시기에 질 좋은 해산물이 많이 들어온다 하여 횃불을 들고 밤늦도록 해산물을 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 들어오는 해수는 그 양이 많아 ‘백중사리’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이 때는 밀물과 함께 태풍이 칠 경우 높아진 파도에 마을이 피해를 보는 등 자연재해를 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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