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고추에 이어 나락까지… 계약수매를 하는 품목마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금과ㆍ복흥ㆍ구림농협에서 진행하는 흑미 계약수매에서 올해도 잡음이 터져 나왔다. 계약 상인이 직접 등급판정을 해서 문제가 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시중가격과 계약금액의 차이가 커 농민들이 이에 대한 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림농협(조합장 이두용)에서 실시한 흑미 계약수매 가격은 1가마(40kg)당 6만원이며 수매가 거의 끝난 상태다. 그러나 시중 유통가격은 7만5000원~8만원까지 형성돼있어 일부만 수매에 응하고 내다파는 농민이 더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림농협의 올해 계약수매량은 5000가마지만 실제 들어온 흑미는 3000가마 수준으로 60%에 그쳤다. 이마저도 조합장이 가격문제는 차차 해결하고 일단 수매를 하자고 독려해서다. 수매계약은 농민과 농협, 농협과 상인이 따로 계약을 맺는 구조이며 농협이 농민으로부터 사들인 흑미를 상인에게 파는 식이다.
농민들이 일부만 수매에 응했던 것은 계약 위반시 물어낼 위약금 때문으로 보인다. 계약당시 농민들은 1가마당 7000원의 선급금과 1kg당 5000원 상당의 볍씨를 받은 바 있다. 만약 상인이 흑미를 가져가지 않아 계약을 위반할 경우 이 투자비용만 낭비하는 셈이 되지만 농민은 선급금의 2배인 1만4000원 및 볍씨비용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 따라서 농민 입장에서는 계약내용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흑미 수매에 응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파는 것이 이익이다. 한 농민은 “가마당 6만원씩 계약을 해도 2000원은 농협 부대비용으로 빠져 실제로는 5만8000원을 받는다. 이미 수매에 다 내서 다른 사람이 와도 내줄 흑미는 없지만 7만5000원에 직접 가져가겠다는 상인이 있다”고 말했다.
구림농협은 상인과의 계약내용을 뒤늦게 수정해 1가마당 3000원가량 소요되는 건조비를 상인이 부담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따라서 농협이 여유자금이 생기는 만큼 농가에게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러나 수매가 거의 끝난 상태여서 추가 매입량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두용 조합장은 “지금이야 시중가격이 계약금액보다 높은 상태라 괜찮은 상태지만 만약 계약금액보다 시세가 낮다면 농협은 고스란히 빚더미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와의 차이에 따라 올리고 내리는 식이면 계약수매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시세와의 차이를 감안한 계약내용 수정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농민들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농협에서는 상인들의 대응 등 이유를 들어 난색을 드러냈다. 장류원료계약재배사업에서는 농가와 업체의 소득보전과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액과 시세가 ±2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가격 재협상을 하고 있다. 김순용 구림농협 전무는 “장류계약재배사업이야 행정보조도 있고 발전기금에서 보태기도 하니 그게 가능하지만 흑미는 시세대로 올려달라고 하면 상인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수매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 데 대해 이 조합장은 사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표출했지만 농민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모 씨는 “흑미를 재배한 것은 농민이지만 농협에서 이를 권장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농민들은 쌀값이 곧 생존의 문제”라며 “상인과 농협이 수매 하지 않은 농민을 탓할 것이 아니라 농민입장에서 너무나 저평가된 쌀값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