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36) 인성은 낮은 데로 물이 모이듯 ‘바다로 가는 겸손한 여행’
상태바
내책(36) 인성은 낮은 데로 물이 모이듯 ‘바다로 가는 겸손한 여행’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12.01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신영복 저.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일류 최고의 고수들이 쓴 책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늘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감옥의 독방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동양고전과 인연을 갖게 되었다는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장이자 석좌교수인 신영복 교수는 뛰어난 서예가이자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진보적인 학자이다.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꼽힌다. 저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이념적으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감옥에 가두는 셈이다.

이 책은 5천년 동안 쌓여진 태산준령 같은 동양고전에서「시경」「서경」「초사」에서 문안을 뽑고,「주역」을 다루고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사상을 중심으로 하되 「대학」과 「중용」의 독법과 함께 송대의「신유학」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이지만 비전문가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그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망’을 본다는 그는 ‘사회의 본질은 결국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강의 주제도 ‘관계론(關係論)’이다. 동양고전을 읽다보면 당시의 상황과 담론을 통해서 여전히 서로 다르지 않는 오늘의 현실을 보여주며 비판적인 모색이 필요함을 숙제로 던져주고 있다.

3천년 전 세계최고의 시로 인정받는 「시경」은 동양고전의 입문이다.「서경」은 하(夏), 은(殷), 주(周)의 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2제(요, 순) 3왕(우, 탕, 문왕 또는 무왕)의 천자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죽간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공자가 읽었다는「주역」의 사상은 “길흉화복이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체가 발 딛고 서있는 개체와의 관계에서 생성된다”고 말한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는 왕실이 지도력을 잃고 제후와 대부의 귀족중심으로 변화되는 시대상황에서 통치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필요했던 것으로 자기 수양과 덕치의 이념이었다. 이후 중국 최대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유가사상의 중심이었다. 공자 사후 약 100년경에 태어난 맹자는 모든 사람은 본성이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고 공자의 인(仁)을 의(義)의 개념으로 계승한다. 일체의 인위적 규제를 반대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노자, 노자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장자는 거리낌 없는 자유(소요유)를 주장한다. 여기까지의 사상이 당시에 강력했던 주류 사상이라면 이후의 묵자, 순자, 한비자 등은 비주류사상에 속한다. 기층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검소하며 실천궁행하며 살아간 묵자는 겸애(兼愛)와 반전평화 사상가였다. 대학자이자 사회질서와 제도를 강조하여 “나무는 먹줄을 받아야 바르게 된다”며 예(禮)에 의한 통치를 주장한 것이 순자였다.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며 새로운 대응방식으로 춘추전국시대의 통일 밑거름이 되었던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결국 스스로 권모술수의 희생자가 되어 비운의 생을 마쳤다. 저자는 강의를 마치며 불교사상의 핵심이 연기론과 깨달음이며,「신유학」은 현실의 물질성을 제거하고 사회제도 자체의 존립을 부정하는 당시의 반사회적인(?) 불교의 영향으로부터 통일국가를 만들어야하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라고 한다. 인성의 내용이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의 본질은 결국 인간관계’라는 말과 연결되는 말이다. 인성과 관련한 자로의 질문에 공자가 답한다. “좋은 사람은 마을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마을사람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도 아니다. 마을의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의 좋지 않는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