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일]묘지와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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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묘지와 제사
  • 강성일 전 읍장
  • 승인 2023.04.12 08: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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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 전 읍장(금과 아미)

산야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48일 외조부모님 제사를 구림면 묘소에 가서 지냈다. 두 분이 세상을 떠나신 지가 50여년 지났는데 딸만 셋을 두셔 외손자들이 제사도 모시고 묘소도 돌본다. 제사에는 전주 사는 이종 형님 부부, 우리 형제 부부, 작은 누나가 참여한다. 코로나로 2년 동안 산소 제사를 못했던 터라 앞으로를 생각했다. 우리 땐 묘소도 돌보고 제사를 모시지만 자식들에게까지 요구는 무리이고 기대도 어렵다. 자식들에게 외증조님은 얼굴도 모르고 추억도 없는 조상일뿐이다.

 

<경국대전> 6품 이상 4대 제사

7품 이하 2대까지, 평민 부모만

제사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지금 우리는 4대까지 제사를 모시고 있는데 1484년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경국대전>에 따르면 6품 이상 관료는 부모, 조부모, 증조, 고조까지 4대 제사를 모시고 7품 이하는 2대까지, 벼슬 없는 평민은 부모 제사만 지낸다고 되어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신분 질서가 무너지고 결정적으로 구한말 갑오경장에 의해 양반과 평민의 구분이 없어졌다. 이러면서 양반의 평민화가 아니라 평민의 양반화가 되어 4대까지 제사를 모시고 있지만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관혼상제도 간소화되고 있다. 수십년 전까진 동네가 떠들썩했던 결혼 함팔이도 없어졌고 장례식도 3년상 이었다가 1년상으로 바뀌고 이젠 49일제나 당일로 하고 있다. 세상을 떠나신 분을 추모하고 예를 갖춰야 하지만 현실적이어야 한다.

 

우리 집안 4대의 여성들 삶

100년 정도 하늘과 땅 차이

우리집은 허랑한 선친 때문에 외가와 친지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미안하고 고맙기 때문에 외가 제사를 성심껏 모신다. 외할아버지는 중풍을 앓아 한쪽이 부자연스러워 일을 못 하고 집에서만 거동 하셨다. 외할머니가 딸 셋을 키우면서 중농 규모의 농사도 지으며 고생 많이 하셨다 한다. 그래도 남편에게 정성을 다하신 걸 외가에 갈 때마다 봤다. 나는 외할머니, 어머니, 아내, 딸까지 우리 집안 4대 여성 삶을 보며 느낀 게 있다. 순창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한 세대가 평균 30년 차이니 100년 정도의 길지 않은 기간인데 삶의 형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구한말에 태어나신 외할머니는 배우지도 못했고 봉건 사회에서 여필종부라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철저히 종속적인 삶을 살면서 하인처럼 일만 하셨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난 어머니는 초등 교육은 받았지만 6·25 동란, 보리고개의 가난, 많은 자녀 출산과 교육, 집안 살림 등을 도맡았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은 생존을 위한 처절함과 힘든 생활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한숨과 눈물이었다.

우리 집사람 세대는 개발 년대 시대에 자라 풍족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했었다. 그 뒤 경제 발전과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자가용도 가지고 다니며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딸 세대는 물질적인 풍요는 있지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풍요가 있음에 감사 드리고 과도한 긴장 속에서 사는 자식들은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인계 산소, 조상 묘지 6

사람도 자연의 작은 부분

인계면 산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까지 묘지가 6기 있는데 형제들과 상의해서 적당한 때 묘소를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찻길도 없는 깊은 산속에 있어 지금도 멧돼지 들이 묘역을 파헤쳐 놓는데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 돌보지 않으면 흉물 스러질 거고 후손들은 부담을 느낄 거다.

사람마다 사후관이 달라서 형제들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죽은 후에는 흙이 되는 게 순리이다. 자연에서 죽음은 해 뜨고 지는 것처럼 단순하다. 사람도 자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봉분은 평탄하게 정리하고 비석 석물은 한곳으로 모아두면 묘소였던 자리로 기억 될 거다. 묘지 위에 감나무 한주씩을 심어두면 후손들은 햇볕 좋은 날에 소풍 가듯 산소에 가서 인사 드리고 감도 따면서 조상을 느끼면 그것이 제사 일 것이다.

조상님들은 흙이 되어 생명을 키우고 들꽃이 되어 벌, 나비를 반겨주고 하늘의 별이 되어 후손들을 지켜볼 것이다. 예법도 시대에 따라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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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2023-04-12 11:08:02
외가와 친가의 역사속에서
읍장님이 인생을 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한가닥 솔직담백하게
보여주신 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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