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식사 대접하는 게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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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식사 대접하는 게 소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4.18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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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장애 안고 43년 살아온 김영희 씨

불의의 사고로 안면 장애를 입은 채 수십 년을 살아온 한 주민을 돕기 위해 군이 발 벗고 나섰다.

김영희(66ㆍ복흥 금월)씨는 24세 때 솜틀기계에 얼굴이 말려들어가는 큰 사고를 당해 한쪽 눈과 코, 입술을 잃었다.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둘째 아기 출산 후 열흘 만에 사고를 당한 김씨는 치료 중 갓난아이를 잃었고 남편은 재산을 정리해 집을 나갔다. 고된 시집살이를 겪고 있던 김씨는 이후 친정으로 돌아왔다. 사고 당시 같이 일을 했었던 부친은 자신의 소홀로 딸이 얼굴을 잃게 됐다고 자책한 나머지 화병으로 숨을 거뒀다. 졸지에 가족을 연거푸 잃은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혈육은 첫째 아들뿐이었다.

그녀는 날품팔이를 하며 자녀를 키웠다. 돌아온 고향에는 도움을 주는 친척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장성한 아들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다.

김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동안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가출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뒤 낳은 두 딸을 김씨 호적에 입적시켰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부양자나 피부양자에게 소득이 있을 경우 지원대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이 29세 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가 혼외로 낳은 두 딸은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현재는 거주불명등록자로 등재돼 확인하기도 어렵다. 

미리 알았더라면 김씨는 기초생활수급 외에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군은 그녀가 안면장애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의료비 지원이라도 되는 차상위계층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의 사연은 주민생활과가 추진하는 사례관리 대상자 발굴 및 관리대책을 마련하던 중 복흥 대각마을 이장의 제보로 알려졌다. 군은 김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방송국과 전북대병원측에 이를 알렸다. 현재 두 기관과의 협의는 상당히 진척돼있다. 기독교방송국(CBS)에서는 이미 김씨의 생활을 취재했으며 수술 후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이 기부한 성금을 전달할 방침이다.

김씨가 받아야 할 수술은 크게 3차례에 걸쳐 입술 성형, 코 성형, 의안 삽입 순서로 진행된다. 오는 25일 첫 수술을 받는 그녀는 수술 후 관리에도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걸림돌이 되는 것은 1000만원에 달하는 1차 수술비이다. 얼마 전 전북대병원은 심장재단에 수술비 지원여부를 타진했지만 선천적 장애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지원방도를 최대한 찾겠다고 밝혔다.

김영희씨의 꿈은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김씨는 이웃과 같이 일을 하거나 놀다가도 식사 때면 항상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곤 했다. 입술이 없어 음식이 흐르다보니 주변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이다. 호탕한 성격에 입담이 좋아 이웃에게 사랑도 받는 그녀지만 외모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김정예 주민생활과 복지지원담당자는 “할머니가 여태까지 병원을 한 번도 안 갔더라.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은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끝까지 책임지자는 심정으로 지원방도를 찾고 있고 소식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연은 공무원 사회 안에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무원노조 군지부는 김씨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김씨가 마을회관에서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입담을 자랑할 수 있도록 군민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김씨의 새 삶을 열어주기 위해 다시 이웃사랑을 발휘해 보자. 

도움을 주고 싶은 분은 군 주민생활과 복지지원 설인환 담당 휴대전화 010-7653-0595으로 연락하면 된다. 후원계좌는 농협 352-0421-7518-23(예금주:김영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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