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너, 쟤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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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너, 쟤 모르니?
  • 김진형 독자
  • 승인 2012.07.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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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순창읍 순화)

어느 날 딸아이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두 아이의 수다스러움에 웃음 띤 채 걸어가고 있던 나는 갑자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발걸음을 멈추었다. 큰 딸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고 있다. 순간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등학교 동창 남학생이 지나간다.

어이가 없어 난 큰 딸아이에게,

“너, 쟤 모르니?”

“아니, 알아!”

“그런데 왜 아는 체 안 해?”

“그냥…,사춘기잖아. 학교가 달라 그리고 아는 척하면 소문나니까….”

기막히다. 6학년 때 같은 반 짝꿍이었고 그렇게 신나게 사이좋게 지내던 아이들이었는데….

중학교에 입학하고 두 세 달이 지나면 초등학교 동창들은 길거리에서 봐도 아는 척을 안 한다고 한다. 쑥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매일 보던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처럼 보여서 말 걸기도 어렵고 소문도 이상하게 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금의 아이들은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과는 다르다. 고등학교 다닐 때 흔히 말하는 연애가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가장 이성에 예민한 시기인 중학교 시절을 따로 보내니 아이들이 이상해지는 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하교시간이 가까워지면 여자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화장품 가방을 꺼내고 얼굴을 만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심해지면 수업시간을 방해하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화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무시한 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이 시기의 아이들의 관심사는 역시 ‘이성’이다. 그래서 자신의 공부, 친구,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것, 내 꿈, 부모와의 관계 등 모든 것을 연결하고 만다. 

중학교가 中학교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중간, 신체에 있어서도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공부를 할 때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 볼 수 있는 시기 등.

청소년의 자살소식을 들을 때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그리고 자살이유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고등학생은 입시의 부담이 커서 자살을 택하는 것으로, 중학생은 친구, 왕따,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사춘기의 절정기라 아이들이 고민도 많아지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어른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싫고.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라면 자신들과 같은 고민하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읍내의 세 중학교의 한 학년을 합쳐보면 200명이 안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이 서로 함께한다면….

서울은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남자고등학교, 여자고등학교, 남녀공학 중에서 고른다. 자신의 대입에 유리한 내신 때문에. 그리고 중학교는 거의 100% 남녀공학이다.

그런데 순창은 서울과는 반대다.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고 중학교는 남녀가 따로 다니는 남중, 여중이다.

세상과 반대로 가는 순창의 중학교 모습을 우리 부모들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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