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덕적 해이’ 최고조에 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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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덕적 해이’ 최고조에 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 손남식 향우
  • 승인 2012.07.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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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남식 전) 국민연금공단 남원지사장

작년부터 계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저축은행 부정비리 사건은 그 도덕적 해이가 하늘을 치솟고 있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거운 심정이다. 사람이 얼마나 지혜를 모르고 살면 저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이전에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의 삶의 실상이 매우 궁금해지기도 한다. 저축은행의 활성화로 지하에 있는 돈을 끌어내 내수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수단으로 정부에서 주도한 면이 크다 하겠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등 이를 감독해야 할 기관들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뭐를 하고 있었는지 경제에 무지한 소시민들까지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내에는 국민은행 같은 제1금융권이 있고 요즈음 거래가 정지된 저축은행 등을 제2금융권이라고 한다. 제2금융권에 예금하면 제1금융권에 예금하는 것 보다 이율이 높기 때문에 뭉칫돈을 예금하는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1금융권 대출이자보다 제2금융권이 이자를 높게 대출하는 과정에서 제1금융권은 담보제공 또는 보증인 확보 등 대출금 회수를 대비하는 반면 제2금융권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제2금융권에서는 기업에 대출할 때 신용이나 물적 담보에 두지 않고 피에프(PF, Project Financing, 사업계획서)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원금과 이자 회수율이 낮아지면서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예금한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PF라는 것은 기업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로서 어떻게 경영을 해서 이익을 창출하여 대출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는 서류에 불과한 것으로 계획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출원금과 이자를 고스란히 떼이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PF 대출로 100억을 받은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다시 사업계획서(PF)를 제출받고 이보다 훨씬 많은 300억원을 대출해 주고 처음에 대출해간 원금 100억과 이자를 상환하는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는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저축은행의 부실을 더 키워온 것이다.

저축은행장 자신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 심한 것 같다. 어떤 은행장은 자기 가족들의 명의로 수백억씩 대출해 주고 상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 감독기관은 저축은행 영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면서 예금자들이 은행창구에서 장사진으로 줄을 서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이 저축은행 지점마다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좋은 위치의 아파트를 분양할 때나 그렇게 줄을 서는 경우는 봤어도 자기가 예금해 놓고 그 돈을 찾기 위해서 은행에서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인데도 은행지점 앞에서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자주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업정지 정보를 먼저 입수한 은행 간부직원 가족이나 지인들은 영업정지 되기 직전에 예금을 인출해 가는 정말 추한 모습까지 연출되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저축은행이 파산되는 경우에도 최대 5천만원까지는 정부에서 보장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떤 고객은 가족이 따로 따로 5천만원 정도만 예금을 하는 예금자보호법을 악용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1금융권보다 제2금융권에 예금하면 이자를 더 받게 되는데 예금자보장 한도를 제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도 운전자 나이에 따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이 운전할 때의 보험료가 훨씬 높게 책정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보험료를 책정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사람이 연령이 많은 사람보다 사고율이 높아 보상금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자를 많이 주는 예금하고 이자를 적게 주는 예금하고 보장이 똑 같다는 것은 모순이 많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세금 꼬박 꼬박 내면서 법 잘 지키며 선량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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