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복 더위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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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복 더위야 물렀거라!
  • 고윤석 향우기자
  • 승인 2012.07.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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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올 여름 전국적으로 열대야 일수가 10년만에 가장 길게 나타나는 가운데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내리는 등 푹푹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는 8월 초순에는 무더위가 유난히도 심하겠고, 9월에도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티면서 올 여름 더위는 예년에 비해 꽤나 길게 이어질 전망이라는 웨더뉴스를 접한 오늘이 바로 삼복 중이기에 복(伏)날에 대해 알아본다.

‘복’의 의미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남선의 ‘조선상식’에 나온 풀이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복(伏)을 ‘서기제복(暑氣制伏)’ 즉 서기는 여름의 기운을 뜻하고,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을 꺾어 정복하는 날을 의미하였다.

이 뜻에 의하면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극복한다는데 여기서 맞서 극복하는 데 중요한 전법이 흔히 말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언뜻 듣기에 이열치열이란 말은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뜨거운 기운을 찬 기운이 아닌 같은 뜨거운 기운으로 다스린다는 말인데 이는 한의학에 바탕하고 있는 것 같다.

매년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 하지(夏至)가 지난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하는데,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三伏)이라 한다. 이 시기는 가장 무더운 여름에 해당하므로 몹시 더운 날씨를 가르켜 ‘삼복더위’라 부르기도 한다.

삼복은 일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기간으로 장마와도 연계되어 습기가 많은 때이다. 또한 섭씨 30도에서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심할 때라 남녀노소가 과일과 음식을 마련하여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며 하루를 여유있게 즐겼는데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의 바캉스였던 것 같다.

그때 오행(五行)의 원리로 이열치열이니 하며 복(伏) 중의 뜨거운 음식은 한여름 땀을 많이 흘려 허해진 몸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보양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복날 음식으로는 삼계탕, 개장국, 육계장, 임자수탕(荏子水湯, 깻국탕), 민어국과 ‘적소두죽(赤小豆粥)’이라 하여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동지 때와 같은 의미로 잡귀를 빨간색으로 쫓아 열병을 예방했다는 팥죽 등이 있었지만 서민들에게는 역시 ‘개장국’이 최고의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 복날이 있듯 서양에도 도그데이(DOGDAYS) 즉 “개의 날”이 있다. 북반구에서 시리우스 별은 여름철에 볼 수 있는 ‘큰개자리’의 대표별로 태양에 가장 근접한 7월 23일~8월 23일경 사이에 이 별이 농가의 충실한 개처럼 더위가 오고 홍수가 일어날 때면 하늘에 나타난다고 해서 ‘견성(犬星)’이라 불렀다. 그 후 견성이 나타나는 시기를 ‘도그데이’라고 부르며 이 때에 개를 잡아 성문에 매달아 제사를 지내 더위를 물리쳤다고 한다.

한자 伏(복)자에 人(사람 인)과 犬(개 견)자를 결합시킨 동서양의 옛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삼복더위에 건강한 몸으로 더위를 물리쳐 만사형통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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