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넘치는 한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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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넘치는 한시 ‘가득’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2.09.12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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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 출신 월야 장영주 향우, 개천직감시집 발간
칠ㆍ오언 한시로 세월을 노래하고 정치 풍자까지

팔덕 월곡이 낳은 ‘월야(月野) 장영주(74ㆍ전주시 완산) 향우가 한시(漢詩)로 된 시집을 선보였다.(사진) 요즘 보기 드문 한시로 된 시집 ‘개천직감시집(開天直感詩集)’은 장영주 시인이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지어온 한시 170여 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2쪽으로 된 시집 각 면마다 한편의 시가 담겨있다. 시는 물론 각 한자마다 음과 뜻을 따로 풀어 소개하고 시 전체에 대한 해석도 빼놓지 않아 한시는 물론 한자에 문외한인 독자를 배려했다.

팔덕 월곡에서 태어나 팔덕초, 순창중을 졸업했고 마흔이 되던 해까지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 지키던 그는 34년 전 고향을 떠나 전주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5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한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세월에 대한, 인생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칠언, 또는 오언의 한시로 절제해 표현해낸 작품들이다. 그뿐이랴. 그의 시가 진정 빛을 발하는 것은 정치 풍자에서다. “후보시절호소심(候補時節呼訴心)~” 으로 시작하는 한시는 “후보시절 유권자가 한표를 지지하며 호소하던 마음을 당선이 된 후에도 잊지 않고 청렴하게 정치를 할 것”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

처음 그가 한시를 짓게 된 계기도 정치와 연관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한시로 표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펜을 잡았다. 그렇게 태어난 한시가 시집의 31쪽에 실린 시. “일국일인영도자(一國一人領導者) 중인출마상쟁비(衆人出馬相爭誹) 국주백민심지무(國主百民心知無) 개표결과하인지(開票結果何人知).” “한 나라에 한 사람이 영도자인데, 여러 사람이 출마하여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더라.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데 주인의 마음을 아는바 없는데, 개표결과는 어느 누가 알랴”는 뜻이다.

그가 지은 첫 시, 이 시를 지은 날이 공교롭게 10월 3일, 개천절이었고 시집 제목이 ‘개천직감’으로 이름 붙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씨는 “처음 한시를 지은 날, 그날이 개천절이었다. 시집을 내면서 제목을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개천’절에 떠오른 ‘직감’으로 첫 시를 지은 그 날을 기념하자는 뜻에서 개천직감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개천직감은 비록 생소한 한시이지만 무겁지 않은 내용들이기 때문에 한자에 익숙한 고령층은 물론 젊은이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또 어린 학생들의 한자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씨는 이번에 발간한 시집을 전주와 순창에 각각 300부, 150부씩 무상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전주시청에서는 장씨의 의사에 감사를 표하며 시집을 받아갔고 우리 군에서도 연락을 취한 상태다.

일흔을 넘긴 그의 인생이 녹아있는 한시. 가을의 문턱에서 한 자, 한 자에 담겨진 그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수수한 이 시집 한 권 펼쳐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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