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기기·디지털TV기증…김종구 향우“한시도 내고향 잊은 적 없어”
겨우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던 동계면 창주마을이 언제부턴가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흥겨운 노래반주가 마을골목을 누빌 때면 마을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마을회관에 모여든다. 동계 창주마을의 작은 변화는 김종구(67) ㈜금홍실업 대표가 지난달 28일 250만원 상당의 노래방기기와 텔레비전을 마을회관에 기증한 다음부터 일어났다.
사실 김 대표가 나서기 전 마을사정은 지금과는 사뭇 많이 달랐다고.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 탓에 그나마 마을회관 텔레비전 앞에 모였었던 마을주민들의 발길이 하나둘씩 뜸해지면서 회관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마을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썰렁해졌다고 한다.
홍금남(87) 어르신은 “이제 나이을 많이 먹어서 텔레비전을 봐도 재미도 없고 소일거리도 없었는데, 이렇게 마을회관에 마실 오면 젊은 사람들 노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아무튼 회관만 오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니까 너무 좋아졌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에 이정래(67) 어르신도 “겨울철에는 어느 마을이든 주로 마을회관에서 생활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며 “김 사장님이 우리들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심전심으로 이렇게 딱 맞게 큰 선물을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주리가 고향인 김 대표는 동계초 37회 졸업생으로 비록 17살에 고향을 떠났지만 지금까지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금 고향에는 지인이 아무도 없지만 웬일인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면서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내고향분들이 좋아하시니 나 역시 너무 행복하다”고 애써 소감을 밝혔다.
사실 김 대표의 고향에 대한 애틋함은 워낙 유별나 오래전부터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창주 천변주위 벚꽃나무 조성사업을 비롯해 지난 10여 년 동안 고향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팔을 걷고 나선 일들을 일일이 셀 수도 없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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