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미산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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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미산 아래에서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3.05.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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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퇴직 후 그야말로 하루 놀고 하루 쉬기가 화려한 삼식(三食)이 생활이 고단하여(?) 짓궂은 봄비 속에 이곳저곳 방황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내 영혼을 붙잡고 있던 화두들을 챙겨보기로 하고 무작정 떠나버렸다.
몇 차례 가 보아 눈에 익은 백범 김구 선생의 족적을 따라 공주의 마곡사며 심산유곡 계룡산이며 우리네 중생들에게 늘 일깨워주시던 말씀의 산실 강원도 오두막으로 불일암까지 정신이 맑아 오리라 생각될 때까지 무념무상(無念無想) 정진하며 그야말로 속세를 떠나 사바의 뜰을 거닐며 다음 여정으로 신비의 땅 히말라야, 인디아를 꿈꾸며 돌아와 정리하여본다.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며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등 젊은 날의 표어부터
나이 들어감에 생긴 인(人) 부지(不知)도 부언(不言)이면 진군자(眞君子)라 까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절 뜰을 거닐다가 문득 스님들의 신발을 벗어놓은 마루 토방아래 쓰여 있는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씀과 함께 가지런히 정돈된 신발을 보며 머릿속이 뜨끔하여 새로운 깨우침에 다가간다.
숙소에 돌아와 다시 인터넷을 정독하니 ‘늘 발밑을 살펴 너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를 돌아보라. 순간순간 네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자신의 본래 마음을 살피고 돌아보라’는 말씀이다. 너 있는 그 자리, 그 순간, 아니 매 순간의 가치를 설파하시어 가르침을 주시는 글.
그렇다.
우리는 모두 꿈과 행복이라는 이름의 ‘파랑새’를 쫓아가며 부산나게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열심히 찾는 행복의 파랑새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결국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내 집안 ‘새 장’ 속에 있었던 것이다. 제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바로 내 곁, 내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가족과 내 이웃들, 금산이며 대모암 앞 냇가, 남산대 귀래정이며, 고뱅이 향가리, 강천사까지 그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리니….
그러므로 역시 오늘 저녁에도 정다운 동무들과 자현식당에 모여 앉아 더욱 뜨겁게 소주잔을 기꺼이 기울이리라. 앞으로는 각 1병을 놓고 싸우지 말고 눈치도 보지 말고 즐거이 맘대로 마시게 좀 상관하지 말도록 하자. 그래도 죽을 때까지 연금 받는 내가 좀 더 써야하지 않겠는가?
이미 자식농사도 반타작은 했고 예쁜 우리 큰 손주놈도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으니 우리집 할멈도 이해하시겠지….
아미산 편지 1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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