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식 선생님, 아이들 향한 사랑 이제는 목단에 쏟아
상태바
임준식 선생님, 아이들 향한 사랑 이제는 목단에 쏟아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5.16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 온 세월, 찾는 제자는 한명 뿐

 

▲비가 갠 오후, 반짝 얼굴을 내민 햇살 아래 활기를 띠는 목단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임준식 할아버지.

반들반들한 나무마루 위에 조약돌을 얹은 신문이 보인다. 마루 위 처마에 올해도 제비가 찾았기 때문이다. 목단박사 임준식(82ㆍ순창읍 남계) 할아버지 댁을 찾은 지 1년, 올해도 다시 온 제비처럼 목단 가득한 고택에 살며시 발을 들여놓았다.
“어서 와요, 어서 와. 바쁜데 여기까지 또 오셨어 그래.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목단 잎이 다 떨어지고 시들시들해졌어. 꽃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이 목단은 해가 없이는 힘을 못 써요. 지금 좀 반짝 해 뜨니 살아나는 것 보세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막힘없는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배우고 가르치며
목단박사 임준식 할아버지는 40년 ‘목단 사랑’에 앞서 ‘아이들을 사랑’했던 교육자 출신이다. 순창여중 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나 지금은 여느 노인처럼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도 젊은 시절엔 패기 넘치는 열혈 교사였다. 생리학을 전공한 그는 농림고(제일고) 교사시절, 농사짓는 선생님으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틈만 나면 학생들과 함께 갖가지 나무와 꽃들을 교정에 심어 가꾸었기에 학생들이 도망 다닐 정도였다고. 지금까지도 제일고 교정에는 임준식 할아버지가 심어 놓은 나무들이 이곳저곳 가득하다.
그는 보통 교사와 달리 제자들과 땅에서 땀 흘리고 인생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수업시간보다 많았다고 한다. 농사를 지으며 땅의 소중함도 함께 느끼고 생물 성장의 신비함도 함께 배워갔지만 세월이 흘러도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잊지 않는 스승과 달리 제자에게서 선생님은 빠르게 잊혀져갔다. 퇴직한 지금, 제자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잊지 않고 찾는 고마운 제자 ‘진이’
잠시 후,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스승의 날, 어버이날, 생일 등을 잊지 않고 챙기는 한 제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잘 해준 것도 없는데 꼭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집사람 생일 때 잊지 않고 꼭 꽃도 보내고 용돈도 보내주고 그래요. 최진이라고, 서울에서 성공해가지고 향우회 활동도 많이 하고 그런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그리 안 잊고 꼬박꼬박 전화하고 카네이션 보내고 그러는지, 나보다 우리 집사람이 더 좋아해. 늙은이 뭐가 고맙다고 챙겨주니 감사하지요.” 아내인 강윤진(78) 할머니는 사랑채 한편에 얹어 놓은 빨간 카네이션 바구니를 가리키며 자랑을 이어갔다.

 

건강하세요, ‘쇼다선생님’
이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던 그도 학창시절 잊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도 일본인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받았던 임준식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던 쇼다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선생님’으로 꼽았다.
올해로 아흔 여섯의 할머니인 쇼다 선생은 현재 일본의 화가산현에 살고 있다. 임준식 할아버지는  아직까지도 쇼다 선생님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제 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쏟던 사랑을 목단에 쏟고 있는 그는 자신이 배운 목단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울 제자를 찾고 있다. “죽기 전에 목단에 관한 내 모든 지식과 재배 노하우를 다 알려주겠다”는 그는 누구든 집으로 찾아오라 말한다. 
순창, 아니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목단 바라기’ 임준식 할아버지. 그의 목단 사랑에 도전장을 내밀 제자는 행여 애지중지 키워온 목단을 누가 훔쳐 갈까 경보장치를 달아 놓은 순창읍 남계리의 나무 대문 집으로 찾아가시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