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여성농업인센터 ‘한 땀 한 땀 명품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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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여성농업인센터 ‘한 땀 한 땀 명품교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5.2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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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명품인 언니들이 모였다!

 

▲순창여성농업인센터 한 땀 한 땀 명품교실에서 식탁보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군내 여성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초록의 잎을 휘날리는 유등면 소재지. 그 문턱에 자리 잡은 순창군여성농업종합지원센터(센터장 조경숙)가 시끌벅적하다. 군내 여성 농업인의 꿈을 나누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쉼터와도 같은 이곳에 지난 20일, 야무진 그녀들이 모였다.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식탁보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이들은 매월  약속한 시간에 모여 색색의 천과 함께 인생을 꿰매가고 있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진행되는 퀼트교실은 인형, 가방, 식탁보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직접 바느질과 재봉질로 만드는 여성농민 생활문화교실 중 하나다. 순창여성농업인센터의 부정기사업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한 땀 한 땀 명품교실’이다.
그야말로 한 가정의 ‘명품’인 그녀들이 모인 이 작은 공간은 웃음과 정이 넘친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

도 더 바쁜 건 입과 눈이다. 오색무늬 식탁보를 만드는 시간. 중앙에 자리 잡은 두 언니들은 ‘드르륵 드르륵’ 열 맞춰 재봉질이 한창이고 그 옆에선 ‘내 것은 언제 하려나’하며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 빛난다. 바늘과 실을 들고 레이스를 꿰매는 손보다도 이쪽저쪽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호응해주느라 입과 귀가 바쁘게 움직인다.
이곳에 모인 군내 여성들의 목적은 다양한 생활용품을 직접 바느질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지만 내면에 숨겨진 건 따로 있다. 인생 상담, 육아 상담, 고민 상담, 온 갖가지 상담이 그것이다. 아이들과 남편,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그들이 잠깐의 여유와 웃음으로 보상받는 시간. 말하고 듣는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는 저만치 물러가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남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여자들끼린데 무슨 상관’인 그들의 이야기가 3시간 동안 쉼이 없다.
“언니, 그 가방은 어떻게 만든거야?”, “너무 예쁘다!”, “3센티미터(cm)마다 퀼팅 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예쁘기만 하네!”, “근데 오늘은 주공 언니들이 안 나오셨네? 바쁘신가?”, “그러게 말이예요.”, “아참, 여러분~ 다음 달에는 뭐 만들어야 할 지 못 정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간단하게 천으로 생리대 만드는 것도 좋던데 어때?”, “그것도 괜찮더라. 아이들 잠잘 때 입는 파자마도 괜찮지 않아요?”, “그건 세 번이나 겹으로 덧대야 해서 힘들어.”, “그럼 원피스?”, “아니면 저런 가방은 어때요?” 쉽게 결정이 날 것 같지 않다. ‘다음 달에는 무엇을 만들었으면 하느냐’고 물었던 조 센터장은 여기저기서 나누는 언니들의 이야기 속에 파묻혀 ‘깨갱’꼬리를 내리고 만다.
귀농 5년차인 최혜정(44ㆍ순창읍 장덕) 씨는 “농사일로 바쁘지만 짬을 내어 꼭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는 분 소개로 센터의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왔는데 젊은 엄마들과 함께 육아 정보와 일상생활 이야기 등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이번 퀼트교실도 재미있지만 저번에 친환경교실에서 했던 아이들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 만들기가 보람도 있고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만들었던 인형을 꺼내 보여주는 조경숙 센터장.

센터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신애순(47ㆍ순창읍 가남)씨는 “사람들을 만나서 정을 나누는 재미가 있다. 하나하나 바느질해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이 들지만 베갯잇, 회음부 방석 등 완성품을 놓고 보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퀼트 교실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1년 5월에 문을 연 뒤, 올해로 2년째 군내 여성농업인의 복지 및 교육에 보탬이 되고 있는 순창여성농업인센터는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군내에 거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누구나 편히 찾는 마을 회관과 같은 편안한 공간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여성농업인센터는 그 만의 고유한 색깔로 지역 주민과 어우러지는 중이다.
조 센터장은 “군내 모든 여성들에게 문을 열고 있는 곳이지만 센터가 면단위에 있어서 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아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지 못해 아쉽다. 이름은 여성농업인센터이지만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바느질에 관심이 있고 취미가 있다면 누구나 환영한다”면서 사람 좋아하는 너그러운 웃음으로 “기다리겠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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