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75) 나의 가슴속에는 촛불 하나 켜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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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75) 나의 가슴속에는 촛불 하나 켜져 있는가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08.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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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제임스 랙서 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한 낮의 폭염에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느티나무 그늘로 찾아가는 것이 제격이다. 목이 쉰 선풍기가 천정에 매달려 달달 거리는 모정에는 휴가차 내려온 사람까지 제법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몇 점을 접어주고 두는 강 아저씨는 모정에서 바둑판위를 선수로 달려가며 ‘마이동풍’, ‘성동격서’를 날릴 것이고 ‘장고 끝에 악수’두며  한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흑돌은 진땀으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유쾌한 휴식이 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폭염 속에서 국민들을 집단적으로 마취시키듯 마음과 몸을 무겁게 만들어버린 것이 요즘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지식인과 양심 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요구와 시국선언, 학생과 국민들의 끊임 없는 촛불행렬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간다. 그러나 책임 있는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까지 무시하며 느긋하게 휴가를 떠난다. 마이동풍이고 쇠귀에 경 읽기이다. 가르마를 타 줘야 할 대통령은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가. 국민들에게도 ‘셀프개혁’을 하라는 것이 아닐까.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국기문란, 경찰의 결정적 진실왜곡으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답답하고 무거운 책을 나에게 강권하고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정치 경제학자이자 사회이슈를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민주주의는 발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후퇴 할 수도 있다” 라고 충고한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국민에 의한 통치’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음과 민주주의는 자본과 함께 발전했음을, 최초의 근대혁명으로 이룬 민주국가가 미국이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소련과 동유럽, 분쟁과 기근속의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자본과 함께 발전한 민주주의가 세계화로 확대된다는 것은 소수의 권력을 극대화하고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 어디든 흘러들어갈 수 있게 국경을 개방한 것 뿐 이라는 말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가 필요함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책이다.
6월 항쟁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왔던가. 이 책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일본의 식민지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미ㆍ소 냉전체제의 산물로 세계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었으며, 이승만 독재정권은 온갖 부정부패와 무력을 사용하며 영구집권을 시도하다가 4ㆍ19혁명으로 막을 내렸고, 사회혼란을 빌미로 5ㆍ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철권통치가 18년 동안 3선개헌과 부정부패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등으로 얼룩졌으며, 또다시 전두환 중심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어둠으로 굴절된 우리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오래전에 누군가가 피를 토하며 절규했던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실천이 장구한 미래를 결정 짓는다”라고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잘못된 국정원의 사태로 후퇴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구하고 누가 수정할 것인가. 권력의 편에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역사의 굴절 앞에서는 침묵하는 사람이 우리라면 자격이 있는 시민이고 부끄러움 없는 국민일까. 순창에서의 촛불행렬이 뜨거워야 함을 저자가 역사적 사실로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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