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때고 손으로 메주 빚어 만든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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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때고 손으로 메주 빚어 만든 ‘고추장’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3.08.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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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전통고추장 진영희 기능인

한가위. 음력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인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지독한 무더위가 발목을 잡는 한여름이지만 시간은 흐르고 풍성함의 계절, 가을은 온다. 평소에 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을 ‘내 고향 순창’의 특산품으로 전해보자. <열린순창>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4주에 걸쳐 우리지역에서 나고 자란 튼실한 농산물, 고향의 손맛이 담긴 알뜰한 추석선물을 소개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가득한 겉포장만 현란한 선물이 아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땀과 정성, 수고가 담긴 알뜰하면서도 푸짐한 한 보따리가 준비되어 있다.
이번 주는 아궁이에 장작 때서 만드는 진짜 전통 고추장, 진영희 기능인의 ‘오복고추장’과 직접 농사지은 쌀, 갓 지은 밥으로 고소함을 전하는 심연옥 대표의 ‘양면장 막내며느리 누룽지’다. 감추지도 숨기지도 보태지도 부풀리지도 않고 물 흐르듯 전해주는 이야기. 지난 19일, 울 엄마 같은 두 어머니를 만났다.

▲오복전통고추장 진영희 기능인.
변함없는 40년 전통
순창읍 백산, 전통고추장민속마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등골을 흐르는 한낮에 이곳을 찾았다. 중앙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길 끝자락 왼쪽에 ‘오복전통고추장’ 간판이 보인다. 잘 찾아왔다.
“내일 삶을 콩을 씻고 있었다”며 반갑게 맞는 진영희(63ㆍ순창읍 백산) 기능인은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장(醬) 전문가’다. 스물 넷 꽃다운 나이에 전남 곡성에서 시집와 지금까지 고추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시할머니께 직접 배운 장 만드는 법을 익히며 두 아들을 키워온 그는 편리함을 좇기보다는 전통을 고수해왔다.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내에서도 직접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콩을 삶고 손으로 빚은 메주로 고추장ㆍ된장을 만드는 곳은 ‘오복전통고추장’과 바로 앞집 ‘오순이대덕식품’ 뿐이다고 말했다. 전통이란 이름을 단 만큼 몸이 편한 기계를 쓰느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 손으로 고추장을 만들고 있다고. 그 한 가지 자부심 하나로 땀 흘려 정직한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

10년 단골은 기본
“혼자 일 하면서 힘들고 고될 때가 많지만 고추장 떨어졌다고 전화오고, 명절 때 돌아오면 선물한다고 찾아주는 단골손님 덕분에 웃음이 나고 뿌듯하지요.”
진영희 기능인은 우연히 맺은 인연으로 10년 넘는 단골을 맺고 지내는 손님이 많다. “부산에 염남희, 서울 김이순, 제주도에 고덕순….” 줄줄이 단골손님들의 이름을 늘어놓는다. 손이 가지 않는 때가 없는 그의 고추장은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인정하고 다시 찾는 인기를 자랑한다.
홈페이지도 없고 블로그나 카페도 없다. 방문 손님과 전화 주문이 전부다. 그러나 한 번 먹어본 손님은 어김없이 또 찾는다. 10년이 넘는 단골손님을 보유하는 비법은 변하지 않는 맛과 친절함에 있었다.

순창산 농산물로 만든 ‘장’
10여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두 아들과 살아온 진영희 씨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5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은 그는 자신의 몸이 아픈 만큼 ‘건강’을 삶의 최우선으로 여기며 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정기적인 통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과로하지 않는 선에서 장 담그는 일을 계속 이어가며 건강한 먹거리를 고집한다.
아들의 권유로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진씨는 “건강이 제일이다. 아파보니까 더욱 그렇더라. 우리 지역 농산물 쓰고 직접 불 때가면서 가마솥 앞에서 일하는 이유가 다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장, 된장, 청국장까지 진영희 씨의 손이 닿는 모든 장이 오로지 국내산 재료로 만들어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내산 중에서도 ‘순창산’이다. 해마다 계약재배로 우리지역 고추와 콩을 공급받고 백산의 논에서 난 쌀로 고추장을 만든다. 이날 빨간 고무다라에 한 가득 씻고 있던 콩도 복흥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정성 가득한 선물 항아리


 
진영희 씨는 올해 추석을 맞아 정성으로 빚은 오복고추장 2킬로그램(kg)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건강을 생각한 정직한 먹거리에 받는 기쁨도 두 배가 될 아기자기한 항아리가 돋보인다. 무게는 같지만 1kg씩 두 개의 항아리에 담아 좀 더 멋스럽게 포장한 것도 있다. 가격은 5만원이다. 선물용이 아니라면 고추장은 1kg에 2만원, 된장은 1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불로 콩을 삶고 하나하나 도넛모양으로 메주를 만들며 “먹을 것 갖고 장난하는 놈들이 가장 비열한 인간”이라는 진영희 기능인의 오복전통고추장. 전화 063-653-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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