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79) 타인도 배려하는가, 아니면 자기 ‘내면의 아이’만 돌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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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79) 타인도 배려하는가, 아니면 자기 ‘내면의 아이’만 돌보는가?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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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미치 앨봄 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졸업 후에도 계속 연락하자고 약속했으나 잊고 지내던 저자는 모리교수를 토크쇼에서 보게 되었다. 텔레비전에 방영된 그는 자신을 누르며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원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죽음’까지도 마지막 연구과제로 삼고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줘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노 스승의 병명은 신경계통에 치명적이라는 루게릭병이었다.
이 책은 스승인 모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서너 달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재회한 미치와 만나서 실제로 이루어졌던 수업의 내용들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제자인 미치 단 한 명으로 강의 내용은 ‘세상, 자기연민, 후회, 죽음, 가족, 감정, 돈, 사랑의 지속, 결혼, 문화, 용서’ 등 인생의 주제들이었다.
모리는 자신을 도와주고 싶으면 동정하지 말고 찾아와 주거나 전화해주고 그들의 문제를 의논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동료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자 낙심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멋진 이야기들을 해 주는데 정작 주인공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며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불러서 ‘살아있는 장례식’을 스스로 치렀다. 나이 드는 두려움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는 어떻게 이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 할 수 있었을까? 유능한 사회학자였던 그는 우선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이 아니고 성장이다”라고 말한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뿐 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중심 생각 이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을 타인에게 의지해야 될 때가 되면 아기로 돌아가서 의존하는 것을 즐겨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만난 제자 미치에게 스승은 ‘마음을 나눌 사랑은 찾았나’,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들 독자에게도 함께 묻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이 언제나 이긴다고 그는 말한다. 가족의 뒷받침이 얼마나 큰지, 물질이 사랑이나 용서 다정함 동료애 같은 것을 대신 할 수 없음을, 결혼생활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과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두 사람의 가치관에 비슷해야 함을,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함을,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인생에는 너무 늦은 건 결코 없음을 그는 말해주고 있었다.
가을을 맞으면서 잘 살아가는 것은 ‘편안하게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이다. 차선과 신호등을 지키고, 브레이크가 필요할 때는 페달을 밟고, 힘을 낼 때는 가속 페달을 밟아주고, 손짓하며 양보하기도 하고, 고맙다고 고개 숙이고, 피곤하지 않게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것처럼 우리들 삶에도 그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책의 인생강의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듯 상쾌한 가을바람이 되어주었다.
이 책은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는 도움과 격려를,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소외된 사람에게는 관심과 용기를, 선전한 사람에게는 축하를 해주는 배려와 공동체적 선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런데 만약 사회가 잘못 나가고 있을 때는 어떨까? 공동체적 책임의식으로 함께 브레이크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국민을 불쾌하고 지속적으로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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