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80)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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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80)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10.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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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노희경 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

지금이 중년 나이인 우리 때는 ‘모두가 그랬다’며 말로는 쉽게 이해 하지만 어린 시절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나이 들어서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내가 동생에게 혼내고 지적하고 여유를 주지 않는 형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른 용서를 구했던 일은 생각해보면 그나마 잘한 일이다. 마음에 있는 것을 잘 표현해내지 못하는 아버지와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는 부족했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는 바보 같지만 지금도 나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는 중이다.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한다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그녀의 첫 산문집인 이 책에서 아픔이 되는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과 현재의 삶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있다. 어렵고 버려지고 걱정 끼치던 성장과정, 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미치게 망가지고 싶었던 십대, 자신은 왜 사랑이 지속되지 않을까라는 회의와 고통, 시를 전공했지만 드라마 작가로 일어서기까지의 어려움과 좌절, 부모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기 전 화해를 이루고 그 이후의 감회까지, 그러나 읽다보면 그녀의 삶은 당당한 자신감으로 변신해 독자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온다.
진실을 감추는 바보상자가 되어가는 텔레비전이 요즘 불만이지만 드라마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함이 들었다. 드라마는 대중의 오락 프로그램이기에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가벼워야 하고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저자는 연출의 기본은 ‘갈등’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최대로 상승시킨 다음 준비된 화해의 결말을 통해 드라마는 마무리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인생에서는 어떤가? 준비된 화해는커녕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기 일쑤지만 드라마는 예정된 통속과 유치와 신파라는 비판을 받을망정 전개된 갈등을 해결하고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보낸 후 어느 날 자신에게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 하느냐?’, ‘너 이제 어떻게 살래?’라는 자신을 향한 질문은 그를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었다. 스스로 별 볼일 없게 취급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인생은 절대 잊히지 않을 장면도 잊히는 법이고, 용서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용서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없이 외롭고 힘든 고난의 삶에 대한 수용의 평가는 우리가 성숙하거나 타락해서 내린 결론이 아니라 인생의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그는 표현 한다. 인생에서 필요한 당연한 과정 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아픔의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에게 필요한 글감의 무한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 그런 생각을 가져온 계기를 당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사랑받고,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자신과 늘 싸우던 엄마와 화해한다. 자신의 글 속에서 악역을 맡아오고 수없이 바람을 피우고 게으르며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고백한 적이 없는 아버지의 늙고 초라하게 굽은 등을 바라보며 “늙어버린 사람에게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가”라며 상처의 끈을 놓아 버린다. ‘우리는 용서되면서 성장한다’고 말한다.
사십대 중반인 동생은 마음의 상처를 다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형을 사랑하고 너무 과분하게 존경한다고까지 말한다. 내가 이 책과 동생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썩은 새끼줄로 묶고서도 떼어내지 못하는 내 마음의 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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