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81) 꽃보다 향기가 아름다운 국화에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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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81) 꽃보다 향기가 아름다운 국화에서 배우자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11.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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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유기 저. 「백전기략」

“치밀하게 계산하여 아군과 적의 형세를 판단하고 출병하라”는 ‘계전’으로 시작하여, “천하가 비록 태평하더라도 어려운 상황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망전’에 이르기까지 책의 내용들은 단검처럼 예리하다.
이 책은 명나라 때 유기가 쓴 ‘백전기략’으로 전쟁에서 만난 상대와 어떻게 싸울 것 인지에 관해서 100가지로 정리한 병법서이다.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면 책의 내용은 구시대적인 상황의 전략처럼 보인다. 속임수나 모략을 상당부분 강조하고 있어서 읽기에도 거북스러운 점이 없지 않으나, 판단력과 함께 하나 쯤 필살기를 갖추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서는 한번쯤 알아둘 비문이어서 읽는 사람의 눈길을 붙들어 놓는다. 이 책은 병법서이지만 사람 살아가는 일에도 적용과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서인 ‘백전기략’를 읽는 도중에 장류 축제장에서는 읍·면 농악경연 대회가 개최되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경연대회라는 말이 붙으면 경쟁의 심지에 불이 당겨져서 서로가 선의의 적(?)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산굿은 농악이 아닌가. 악기별 치배의 구성은 꼭 짝수여야 하는가. 시간초과나 사전 공지된 규정은 준수되었는가. 시상은 능력과 화합에 벗어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결정 되었는가라는 의문과 불만이 남았지만, 아는 다른 지역의 농악인 들이 와서 보고 내린 관전 평가는 운영과 규모, 팀의 참가 열기와 수준에 대해서 부러움과 함께 힘 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악기별 치배 구성은 짝수여야 한다’는 특정 심사위원의 주장이 되풀이 되고 있어서 찾아보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관련 농악 문화재 선생께도 확인하게 되었다. “각 지역별로 가락이 다르듯 구성에 있어서도 그 특징이 모두 다르며 일률적으로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인의 결과였다. 다양한 농악의 내용으로 관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더욱 발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준 두 번째 생각은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요즘의 나라정국에 대한 걱정이었다. 안개가 오래 걷히지 않는 곳은 호수나 강과 같은 물가가 있기 마련이다. 꼭 안개의 끝을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에서 시작하여 갈수록 드러나는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지원 사건은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며 온 나라를 짙은 안개의 미궁으로 빠뜨린다. 국면을 감추기 위해 동원된 카드들은 위헌적이고 상식을 벗어나며 치졸함을 넘어 자기집단의 안위만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병법서로서 이 책에서 동원된 기만과 속임 모략의 주인공으로 그들은 활약 중이다. 역사는 불의에는 참지 못하고 오래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람으로 단풍을 이룬 축제장은 곳곳에서 국화꽃 향수가 뿌려지고 있었다. 국화는 늦가을에 서리가 내려도 만발하게 피어나 그 향기를 전하는 기상과 절개를 가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학생들의 질문에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하고 자신의 안목을 가지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내용이다. 오늘의 시대를 읽을 때도 꼭 필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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