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사례’로 본 금융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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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사례’로 본 금융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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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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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주 없이 대리기사가 운전 사고 ‘보험 혜택’ 못 받아
 사고 후 동승자, 다른 차에 치여 숨지면 보험금 받아
‘뇌사’ 고객 비밀번호, 가족이 변경 땐 은행 책임 없어
 여행할 때 잃은 신용카드를 누군가 썼다면 보상 가능

“대리운전 기사가 내 차를 운전하다 낸 사고는 보험 처리가 될까, 안될까. 은행 직원의 대출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부동산 계약을 했는데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낭패를 본 경우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금융 등 일상에서 필요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많은 손해를 입고 갈등이 커지는 일상생활에서의 분쟁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1999년 이후 금융분쟁 조정 결과를 엮은 사례집을 발간해 누리집(www.fss.or.kr)에 올렸다. 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금감원 누리집에서 내려 받아 참고하면 금융 손해를 방지하고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경리직원이 수년 동안 현금 찾아 도주한 때
회사 경리직원이 엉뚱한 인감도장으로 25차례나 은행에서 회사 돈을 찾아 부당하게 사용했다. 은행은 이 회사를 평소 거래가 잦은 귀빈(VIP)고객으로 분류해놓고 인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회사 측 책임도 50%라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예금 부당인출은 통장 등을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회계법인 결산 과정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2년5개월 동안이나 이를 알지 못했던 점은 회사 책임”이라고 판정했다.

■은행이 뇌사 고객 비밀번호 변경을 허용한 때
한 사람이 뇌사상태에 빠졌고 가족들이 그의 현금카드로 돈을 찾아 썼다. 이 과정에서 은행에 카드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했고 은행은 이를 허용했다. 그런데 14일 후 그 사람이 깨어났다. 자신의 돈이 인출된 것을 알자 “은행이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업무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제3자에게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준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사회통념상 뇌사상태로 의식불명이어서 대리 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인출된 돈이 그의 치료비 등에 사용된 점을 감안하면 은행 책임이 없다”고 했다.

■웨이터에게 맡긴 현금카드로 사고가 난 때
술값 계산을 위해 종업원에게 현금카드를 주며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종업원이 이 카드를 복제해 불법 사용했다. 카드주인은 복제카드 사고라고 주장했고, 카드사는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경우이므로 보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카드사 손을 들어줬다. “카드 복제까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제3자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 상담 믿고 부동산 계약, 계약금 날린 때
부동산담보대출 4억7000만원을 3년 거치 3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 담당팀장과 상담했다. 가능할 것 같다는 팀장의 말을 믿고 대출신청서를 작성한 뒤 상가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출심사 결과 3년 거치 조건으로는 대출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상가 계약은 깨졌고 계약금을 날렸다. 금감원은 “담당 직원이 대출조건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은 있지만 대출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지 않았고 계약금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차주 없이 대리기사 운전 중 사고난 때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차를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함께 타지 않고 다른 일을 봤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운전 실수로 중앙선 가드레일과 스치는 사고를 냈다. 대리기사가 가입한 보험사는 “자동차의 ‘탁송’은 통상적인 대리운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금감원은 “차주가 동승하지 않고 차량만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탁송에 해당한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여행 중 남편 가방에 둔 신용카드 분실 보상
동남아 여행 중 동행한 남편의 가방에 카드를 넣어뒀다가 가방을 잃어버렸고 누군가 카드를 사용했다. 카드규약엔 ‘대여, 양도, 담보제공, 불법대출, 제3자 보관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은 카드사가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 카드사는 보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제3자 보관은 타인의 점유 관리 하에 둬 부정사용의 위험이 증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여행을 함께 하며 공동으로 관리하는 카드를 동행자의 가방에 잠시 보관한 경우는 제3자 보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카드사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호적에 올리지 않은 재혼한 처의 자녀, 가족특약 못 받나?
아무개와 재혼한 부인의 딸이 아무개의 차를 몰다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내고 숨졌다. 가족한정운전특약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아무개는 “친딸이 아니어도 보상이 된다는 보험사 설명을 듣고 가입한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특약에는 법률상의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 양자 또는 양녀로 대상 자녀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개의 경우 부인과는 법률상 혼인관계를 갖고 있지만 딸은 호적에 올리지 않아 가족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던 것이다.

■불법체류자 보험금 산정할 때 국적 기준
불법체류자인 조선족 교포가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피해자 측은 자동차보험약관상 외국인ㆍ무직자에 해당하므로 한국의 일용근로자 임금 기준 정년(60세)까지 계산한 43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중국 교포들의 통상적 불법체류 기간이 2년 정도인 점을 감안해 2년은 한국 일용직 기준, 이후는 본국(중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적용해 1057만3000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트럭 적재물이 떨어져 사고 난 때 보상 책임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트럭에서 종이상자가 떨어졌다. 바로 뒤에서 달리던 승용차는 가까스로 멈춰 섰지만 그 뒤에서 오던 차가 멈춰선 승용차를 추돌했다. 이는 안전거리 미확보에 따른 추돌차량 책임이다. 금감원은 “트럭 바로 뒤의 승용차가 정지한 점을 감안할 때 추돌 차량도 안전거리만 확보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봤다.

■2차 추돌 사망 교통사고인가, 일반재해인가?
추돌사고로 동승자가 다쳤다. 운전자가 그를 도로 위에 눕혀놓고 구호를 시도했지만 다른 차가 동승자를 덮쳐 숨지게 했다. 문제는 보험금 규모였다.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은 1억1000만원, 일반재해 사망보험금은 1000만원인 상황. 보험사는 “1차사고 직후 동승자가 말을 하고 손을 흔드는 등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도로에 누워 있다 당한 사고로 사망했으므로 일반재해로 봐야 한다”며 1000만원만 지급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경우를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1차 사고와 동승자 사망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교통사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휴일보험에 가입했는데 한국은 휴일, 외국은 평일이라면?
휴일 재해사망보험 가입자가 해외여행 중 강도를 만나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사고를 당한 시각이 한국 기준으로는 휴일, 체류 중이던 외국은 평일이었다. 휴일 사고발생률이 평일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 보험 상품의 취지상 현지 시각에 따라 평일 사고로 처리돼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사망한 시각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시각이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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