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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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가족’
  • 구준회 객원기자
  • 승인 2014.02.1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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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어때요?

2014년 2월 6일은 세간에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 날이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한 줌의 빛이 된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삼성이라는 세계적 기업을 상대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기 위한 투쟁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예매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개봉 3일 전까지도 80여개의 개봉관 밖에 확보하지 못하였다. 높은 예매율에도 불구하고 적은 수의 상영관 밖에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의 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던 13명의 순창 주민들이 개봉일 저녁 가까운 상영관으로 그 이유를 확인하러 다녀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 취직하는 윤미(황유미 분). 이 회사에 취직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면접자의 질문에 개인택시를 하시는 아버지의 차를 바꿔드리고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생각하는 큰 딸의 마음이 얼마나 기특했을까. 딸이 세계 최고라 불리는 대기업에 취직한 것에 대해 아버지 상구(황상기 분)는 세상을 다 갖은 듯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윤미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게 된다. 투병생활이 1년쯤 되는 윤미의 집으로 회사의 직원이 찾아온다. 퇴직을 권하며 치료비에 쓰라며 돈을 건넨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얼떨결에 돈을 받고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상구는 윤미로 부터 다른 동료들도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개인이 운이 좋지 않아 우연히 걸린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직장의 사람들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구는 우연이 아닌 회사의 근로 환경으로 인한 필연적 결과라고 확신하고 다른 피해자 가족들을 모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윤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질병에 대해 근로 환경과 연관성이 없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가족이지만 기댈 곳 없고 기대할 곳도 없는 힘없는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거대한 기업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된 것이다.
골수 이식 수술 후에도 건강에 호전을 보이지 않아 집에서 투병을 하던 윤미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휴대폰 사진에 담으며 바닷가에서 쓰러진다. 위독한 딸을 싣고 병원을 향해 달리다 자신의 택시 뒷좌석에서 딸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상구는 윤미의 죽음의 원인을 세상에 밝히겠다고 약속을 한다. 생활고, 회유, 포기하고 싶은 심정,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들을 이겨내고 상구와 피해자들의 가족들은 끝내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하고 일부 산업재로 인정을 받으며 승소를 하게 된다. 윤미와의 약속을 지키는 순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기업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공단의 편파적인 판정에 대해 답답했다. 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자타 일류 기업이라고 칭하고, 우리 나리에서 제일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 중 ‘법은 힘 있는 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뿐이다’라는 말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일컫는 말 같아 씁쓸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함께 갔던 구림면의 한 중학생에게 소감을 물으니 “대기업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대기업이 큰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은 것을 보호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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