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벌어 10원 모으고 90원 베푸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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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벌어 10원 모으고 90원 베푸는 ‘인생’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02.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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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버스정류장 해결사 ‘이정길ㆍ소금옥’ 부부

홀로노인ㆍ다문화가정 꾸준히 돕고
밤이면 밤마다 정류장 화장실 ‘청소’

▲세월이 흘러도 동계버스정류장을 지키며 나눔을 실천할 이정길ㆍ소금옥 부부가 정류장 앞 쉼터 의자에 앉아 웃고 있다.
“면에서 공공근로 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화장실 청소를 했어요. 그때는 아주 말도 못하게 더럽고 가까이 가지도 못했어. 그런데 저 양반이 온 뒤로는 화장실이 번들번들 깨끗해요. 직접 저녁마다 쓸고 닦고 광을 내. 참 부지런하고 좋은 사람예요. 그런 양반 없어요”라며 칭찬을 늘어놓는 동계떡방앗간 권영훈(56)ㆍ정금자(55)씨.
“터미널 부부는 상을 줘야해. 김광옥 면민회장이랑 이봉수 부면장한테 가서 이런 사람 면에서 상 안 주고 뭐하냐고 말했어요. 말 할 것이 없어, 칭찬을 안 하는 사람이 없어요. 각시도 얼마나 농판마냥 착한지 우리 딸 삼았다니까”하며 동계의 자랑이라 소리 높이는 최옥자(73) 어르신.
동계버스정류장 ‘해결사’로 불리며 마을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이정길(56)ㆍ소금옥(56) 부부다. 각각 전남 장흥, 전남 보성이 고향이지만 제2의 고향 순창 동계에 터 잡고 살아가며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부부를 만났다.

모전자전 ‘나눔’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 택시를 운행하는 이정길씨.
버스 한 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정류장, 난로 옆에 동그랗게 앉은 어르신들이 시골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동계에서 그 사람 덕에 녹내장ㆍ백내장 수술 받은 어르신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기 택시로 직접 병원까지 모시고 갔다가 수술 끝나면 모시고 오더라”, “명절에 다문화가정에 소고기 선물도 하고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 이불도 챙겨드렸다더라”, “터미널 화장실에 누워 자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한 번 가보라”는 등 끊임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정길 씨는 “혼자서 한 게 아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356-씨(C)전북지구 순창라이온스클럽 8대 회장을 하면서 라이온스를 통해 어르신 안과진료를 많이 지원해드릴 수 있었다. 나는 모시고 가고 오고 한 것 밖에 없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다문화가정의 경우 한국이 좋아 오면 잘 살 줄 알고 시집온 사람들인데 형편이 어려운 집이 너무 많다. 큰 도움이 되어줄 수는 없지만 마음이라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아내 소금옥 씨는 “우리 어머니부터가 남 주기 좋아하는 분이셨다. 어머니 어릴 적에 바닷가에 사실 때에는 돛단배의 돛을 뜯을 때면 남들 옷 해 입을 수 있도록 챙겨 주고 불쌍한 사람들 준다고 쌀독에 쌀 퍼 나르다가 혼나고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어머니부터 봐오다 보니까 모전자전이라고 아들도 그냥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고향 ‘동계’

▲반짝반짝 광이나는 동계버스정류장 화장실.
부부와 동계의 인연은 1991년 시작됐다. 축산물 유통을 하며 2ㆍ7일 동계장이 서기 하루 전날이면 꼬박꼬박 동계에 들렀다는 이 씨는 “아내의 발병으로 2년 동안의 투병생활 후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던 아내가 검사 도중 발견한 간경화에 2년 가까이 병원생활을 했다. 간이식 수술 뒤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정도로 회복됐다. 이 사람이 공기 좋은 곳에서 쉴 수 있을 곳을 찾다가 읍내에서 동계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터미널승차표를 끊어주며 남는 수수료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돈벌이는 되지 않고 일의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도 없이 꼬박 매달려 차표를 끊어줘야 했기에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편의점과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며 2년 전부터는 개인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봉사도 돈이 있어야 한다. 우리 집 쌀독에 쌀이 없어 탈탈 굶고 있는데 어떻게 남을 돕겠나. 벌어서 나 살만큼 쓰고 나머지만 남에게 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칭찬에 살펴본 화장실은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 씨가 청소를 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해 주민들의 불편이 많았는데 지금은 동계버스정류장 화장실을 자랑처럼 소개하고 있다고. 이 씨는 “매일 청소를 한다. 어르신들이 잘 앉았다 서지 못하시니까 변도 묻어 있고 젊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토해 놓은 것도 있고 심난할 때가 많다. 아직은 사람들 있는데서 청소하는 게 창피해서 밤 11시, 12시에 청소를 한다”면서 “길가의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데도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툭 던지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그런 것들은 조금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0원 모으고 90원 베풀고
“세상에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아주 많다. 열심히 모아서 내 자식 잘 가르치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소원이겠지만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이정길 씨. 아내 소금옥 씨는 “아직까지는 봉사하고 싶어 하니까 뭐 어쩔 수 없죠. 이렇게 택시 일 하면서 나는 편의점 일 하고, 그렇게 사는 거죠 뭐”하면서도 길가의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부부는 닮아간다더니 30년 세월 함께 살며 아내도 남편 이정길 씨를 자연스레 닮아가고 있었다.
100원을 벌면 10원을 모으고 90원 베풀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이 씨는 “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하는 일도 더 잘 된다. 하늘이 돕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짓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부부의 웃음이 동계의 따뜻한 시골풍경을 그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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