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환 향우, 계간「시와사람」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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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환 향우, 계간「시와사람」신인상 수상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0.11.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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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제대로 균형잡힌 사람으로 사는 길을 향한 걷기"

설정환(사진·40ㆍ금과 동전 출신)씨가 시전문 계간지「시와사람」2010년 가을호(통권 58호)를 통해 등단했다.

설씨는 ‘달밤’ 등 총 5편의 작품으로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와사람」편집위원회는 “이미 다른 관문을 통해 검증받기도 했지만 오랜 연마의 흔적이 선명하다”며 “작품의 언어가 활달하고 거침없이 내뿜는 서사적 힘으로 시를 이끌어 간다”는 심사평과 함께 “신인다운 패기가 넘친다”고 발표했다.

특히 편집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던 표제작 ‘달밤’에서는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심사를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는 작품설명과 더불어 “마을 사람들과 윷놀이를 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상처를 뻔히 들여다보면서 모른 채 어울려주는 마을 사람들의 관계에서 스스로 길을 가야하는 존재의 심연을 잘 묘파하고 있다”고 평했다.

설씨는 수상 인터뷰에서 “시만 잘 쓸 것이 아니라 제대로 균형 잡힌 사람, 그래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시와 시인이 함께 합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설씨는 “중국집 배달원, 다방 아가씨, 노총각, 유모차를 몰고 가는 늙은이, 실직자, 창녀 등을 소재로 삼으면서 용도 폐기된 고물이나 쓰레기 취급받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주변과 이웃을 아우르는 따뜻한 문학관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설씨는 생명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의 수준이 평범하지 않다는 질문에 대해 “오늘날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것 같다”고 언급한 뒤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최근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날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설씨는 금과면 동전마을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활동에 역점을 두어왔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거치면서 지역문단 활동을 통해 성숙한 문학적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는 최근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에 당선된 김재균 국회의원(광주 북구)의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고향 순창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시와사람」신인상 수상작 / '달밤'

1.
매우리 떡집
마당에서는
동짓달 섣달 정월 이렇게 석달을
윷판이 벌어진다.

모거나 뙤거나
잡거나 꼬불치거나

개도 좋고 걸도 좋고
늦었다거니 안 늦었다거니 했샀더니

물 방방하게 잡아 놓은 무논에
개구리 맹꽁이처럼 시글사끌했샀더니

손때 결은 윷짝을 놓지 못하는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속내를
말 안 해도 이미 다 아는 매우리 사람들은
상관도 없다는 듯이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무작정 놀아주기만 하였다.
아무도 함부로 만류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윷은 길을 내 가고
한 오백 년을 산 느티나무 가지가
달을 저울질해 앞산 솔숲으로 내려놓자.
밤은 윷판으로 까맣게 기울어 쏟아진다.

2.
윷판이 끝난 달밤
산 몸뚱이를 윷짝처럼
두 동강내어 사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뿐인데
모든 길을 잃어버린
어린 산짐승 같아져서는
가장 먼 길을 돌아서
집에 닿지 않기 위해
혼자 걸어가고 있다.

나 걸어가고 있다아,
걱정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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