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해 인계 갑동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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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해 인계 갑동마을 이장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0.11.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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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이주여성, 농촌에 우뚝 서다

타국, 그것도 중국에서 온 교포가 농촌마을에 정착해 이장직을 맡게 되어 화제다.

주인공은 인계면에서 올해 처음으로 이장이 된 신영해(38ㆍ인계 갑동)씨. 교포 혹은 외국인이 한 마을의 이장이 되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그 사례가 매우 드물다. 마을 주민의 신망을 두루 얻어야 하고 그만큼 마을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불과 30대의 젊은 이주여성이 이만한 자격을 갖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신영해 이장은 지난 1998년에 입국하여 지역에 정착했다. 그녀는 할머니가 전남 구례군 출신인 재중교포 3세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당시 고향을 떠나 중국 길림성에 정착했다. 그녀가 나고 자란 연변시에는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어 한국말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다. “일단 말이 통하니까 처음부터 대화에 막힘이 없었다. 굳이 따지면 억양이 달랐는데 이마저도 살다보니 알아서 전라도 말투로 변했다”는 그녀는 이런 이유로 언어 적응이 다른 이주여성보다 빨랐다.

그러나 장벽은 있었다. 중국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이어서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했다. 그녀는 “중국에서는 가족은 물론 농사짓는 친척이 없다보니 모내기부터 김매기, 병충해방제, 추수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에게 배웠다”며 농사일을 익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틈나는 대로 선진 농경지를 견학하며 공부를 한 결과 이제는 어엿한 농사꾼으로 거듭났다. 현재 논 4400여평과 오디 300주를 경작하고 비닐하우스 2동에는 고추를 심어 이제 수확하기 시작했다. 농촌생활에 적응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틈나는 대로 이웃을 챙기며 자신이 받은 것들을 조금씩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준 갑동마을 주민들은 올해 그녀를 이장으로 추대했다.

신 이장은 “마을에 사람이 얼마 없어서 나에게 맡긴 것”이라고 쑥스러워했지만 한 이웃주민은 “마을 대소사를 챙기는 모습이 전혀 이주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허물 속까지 다 보는 시골사람들의 눈에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 이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 이장의 첫 이장 생활은 성공적이다. “행정이 잘 갖춰져 있고 서로 배우며 돕기 때문에 아직 힘든 것은 별로 없다”는 신 이장은 “마을 분들이 다 도와주신다. 서로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도 잘 통하고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받아주니 이정도면 시골살이도 좋다”며 마을주민들 자랑도 늘어놓았다.

신영해 이장의 남은 꿈은 아이를 낳는 일이다. 이곳에 온지 10년, 아직 자녀를 두지 못한 그녀는 농사일에 매달리다보니 아이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년 가을, 그녀의 쌍둥이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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