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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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 류상윤 학생
  • 승인 2014.08.0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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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간 상윤이와 친구들의 이야기
“그 바다에서 우리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순창에서부터 가지고 간 노란리본들. 이제는 팽목항을 지킨다.

7월 24일 목요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 덧 100일이 된 날이었습니다. 4월 16일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희망은 이제는 잊지 않겠다,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바뀌었습니다. 자신들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억울하게 가야만 했던 친구들, 혹여나 같은 꿈을 가졌을 그들을 위해 팽목항을 향한 걸음을 생각했습니다.

 

순창에서 모은 수십 개의 리본
여행에 앞서, 친구들과 함께 터미널에서 노란리본을 모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리본을 하나씩 드리며 모으고, 상가마다 들려 모으다 보니 어느덧 한 줄이 빽빽이 가득 찼습니다. 특히 상가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저희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부터 친구들, 어른들, 원어민 선생님까지 다들 “잊지 잊겠습니다!”라고 적어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보며 그저 바쁜 생활에 치어, 각자의 사정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아직까진 많은 사람들의 맘속에 기억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광주까지
저희 4명은 자전거를 타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맞바람을 맞으며 광주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를 탄 것은 조금이나마 도보순례단과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학생들과 유가족들의 도보순례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저 저희가 느낀 건 힘듦뿐이었지만 그 분들이 느꼈을 엄청난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바람으로 오소서’
광주에서는 버스를 타고 진도로 갔습니다. 버스에서 눈을 붙이고 진도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됐습니다. 택시를 타고 진도체육관으로 갔습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체육관에 들어가 보니 왠지 모르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이곳에서 실종자 소식을 기다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유가족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플 뿐이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가로수마다 노란리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팽목항에 내려 상황실을 지나 등대로 향했습니다. 등대 주변은 온통 노란리본과 종이 매어져 있고, 유가족 분들이 가져다 둔 여러 신발과 옷들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종이 울리고 리본이 흩날렸습니다. 종에 매어진 리본에는 ‘바람으로 오소서’라는 소망의 글귀가 써져 있었습니다. 사고 해역을 향해 가져온 리본을 묶었습니다. 옆에 있는 유가족 분들이 매어둔 리본을 읽고 있자니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었습니다.

 

▲팽목항. 걷고 있는 우리. 자꾸만 눈길이 닿는 바다.

100년 같았던 100일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정조사,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보름이 넘게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분들, 그분들은 “100년 같았던 100일이지만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만 잊고 가만히 공부만 하고,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할까요?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 과거가 반복된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앞으로 더 안전하고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할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글 : 류상윤 제일고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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