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지 연꽃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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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 연꽃 작은 음악회
  • 김효진 두지마을새마을지도자
  • 승인 2014.09.05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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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함께 준비한 공동체사업…체험거리 ‘가득’

 

①물줄기에 신난 아이들. 우산 같은 연잎을 들고 뛰며 마을 광장을 누빈다. ②연잎밥, 연잎수육을 함께 나누어 먹는 주민들과 손님들. ③플룻 공연을 펼친 양경자 씨. ④아침 일찍부터 김치 담그기에 바빴던 부녀회원들. ⑤연밥염색으로 곱게 물든 수건. ⑥아이들처럼 연잎을 머리에 쓰고 동심으로 돌아간 주민들. ⑦한빛고 학생들의 중창공연.

 

 

“또르르” 연잎을 타고 구르는 물방울 소리에 개구쟁이들의 웃음이 함께 흐르는 오후. 제1회 두지 연꽃 작은 음악회가 지난달 30일 풍산면 두지마을 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음악회는 장수벨트 행정협의회에서 후원한 행사로 두지마을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긴 행사였다. 두지마을에서는 2년 전부터 생기 있고 질 높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해왔다.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했던 당산제가 폐지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마을 귀농인들이 하나 둘 뜻을 모으고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를, 겨울에는 노인회관에서 ‘문화사랑방’을 개설했다. 담양 한빛고와 자매결연을 통해 3년째 농활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 전북현장포럼과 함께 마을가꾸기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하던 중 마을의 상징이랄 수 있는 ‘연못’을 중심으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연잎 잘게 썰어 ‘연잎차’ 만들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이날 음악회는 먼저 체험행사로 채워졌다. 연잎을 이용해 연잎차를 만들고 연밥으로 염색을 하는 체험이 준비되었다.
연잎차 만들기는 연잎을 물에 씻어 닦은 후 잘게 썰어 가마솥에 3~4차례 덖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지마을 주민이자 순창군농민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궁단(49) 씨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 그리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과 체험을 함께 했다. 연잎을 증기로 찧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직접 덖어내는 과정은 보통 정성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주민들은 그늘에 말린 연잎차를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차를 우려 대접했다.
연밥염색은 인기가 많아 양이 모자랐다. 연밥염색은 연꽃이 진 연밥을 꺾어 염료로 채취한 뒤 천연으로 염색물을 들이는 것으로 두지마을 주민 양경자(50) 씨가 체험을 도왔다.

푸짐한 ‘연잎밥’ㆍ‘연잎수육’ 나누고

체험행사가 끝나고 마을주민들이 손수 장만한 음식을 나눴다. 자연농업 방식으로 사육한 돼지고기로 연잎수육을 만들고 연잎밥도 내놓았다. 연잎 향이 가득 밴 연잎밥 한 숟갈에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연잎수육을 얹고 그 위에 마을부녀회가 아침에 담근 김치까지 올리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주민들과 손님들 모두가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는 시간 동안 식사를 준비하느라 마을부녀회 주민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나 오랜만의 마을잔치를 치르는 뿌듯함은 표정에 담겨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양상구 풍산면장 등 면내 기관ㆍ단체 인사들과 특히 두지마을 귀농귀촌인들이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러 순창읍, 금과ㆍ풍산ㆍ동계면에 귀농귀촌한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많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두지마을과 자매결연한 한빛고 학생들은 행사 자원봉사단과 공연팀을 꾸려와 원활한 행사진행을 도왔다.

춤ㆍ노래ㆍ흥 가득 ‘작은 음악회’

먹고 체험했으니 이제 즐길 시간. 본격적인 음악회 무대를 열며 김충권(68) 이장은 마을의 유래를 설명하고 새롭게 들썩이는 마을, 토착민과 귀농인이 화합하여 멋지게 변화하는 마을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어진 작은 음악회에서는 외부 초청 인사와 마을주민들의 공연으로 채워졌다. 전주에서 온 국악공연과 박순천 명창의 판소리, 민요 공연은 문화공연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판소리 추임새와 “얼씨구, 절씨구” 덩실덩실 춤사위로 주민들도 공연에 함께 한 주인공이었다. 한빛고 학생들의 중창 공연과 풍산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오카리나 공연도 세대를 뛰어넘는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큰 박수를 받았다.
주민들이 준비한 공연도 외부공연 못지않게 빛났다. 설장고 놀음과 부포 놀음을 선보인 이하늘(10) 군은 해를 거듭할수록 완숙해지는 실력으로 “역시 국악신동”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권유진(8), 김승하(8), 이햇살(7) 양의 “내 나이가 어때서”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양경자 씨의 플롯 공연으로 ‘소양강처녀’를 합창하며 흥겨운 자리가 이어졌다. 주민들의 노래 뽐내기 공연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문화마을로서의 자부심을 높였다.

문화마을 ‘두지’를 기대한다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주민들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즐거운 하루”였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음악회 사회를 맡았던 구준회(38) 씨는 “두지마을로 이사 온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마을의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마을공동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 두지 청년회원, 부녀회원과 이장님이 밤늦게까지 각자 맡은 일을 점검해가며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보다는 마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 어머니들은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시고 남자들은 마을 청소, 짐 나르기 등 각종 행사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협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고 시골마을에는 협동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음악회를 보시는 어머니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는 모습에 이번 행사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고 마을의 전통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하늘 군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직접 손수건 염색도 해본 후 나만의 손수건이 생겨서 좋았다”면서 “그동안 배워왔던 설장고 공연과 꽹과리 부포 공연을 보여드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흥겹게 춤도 추시고 박수도 많이 쳐 주셔서 나도 많이 기뻤다. 체험도 하고 공연도 하고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고 말했다.
한빛고 곽은혜(3년) 학생은 “연꽃으로 손수건 천연염색을 했는데 색깔이 너무 예뻤고 천연이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밥도 직접 싸봤는데 처음 해 보는 경험이라 신선했다. 계절도 여름이라 푸른 논밭이 펼쳐져 마을이 참 예뻤다. 마을 분들이 친절하셔서 불편함 없이 즐기고 간다”면서 “앞으로도 마을 축제가 활성화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수지(한빛고 3년) 학생은 “마을 한 가운데 연꽃들을 키우는 곳이 있었는데 처음 보자마자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과의 왕래가 없는 요즘 모습을 떠올리며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게 새삼 슬펐다”면서 “처음 싸보는 연잎밥은 신기했고 후에 먹은 맛 또한 일품이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 학교로 돌아가야 했지만 내년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단 순창군농민회장은 “작년에는 마을의 귀농귀촌 청년들이 모여 연잎수육을 만들어 마을 어른들을 대접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해는 300여명이 모여 정겹고 신나는 행사를 함께 해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에 흠뻑 젖는 소중한 하루였다”면서 “2주 정도의 짧은 준비기간으로 행사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더 알차고 풍성한 행사를 기원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더욱 많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을 준비했으면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참 걱정이 많았다”는 김충권 이장은 “마을잔치를 한 지가 너무 오래됐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역할을 맡으면서 다시 마을에 소통이 되고 화합이 돼가고 있음을 절감했다”면서 “고령화되는 농촌에 젊은이들이 귀농해 살고 있는데 정말이지 우리 마을은 귀농인들이 솔선수범하고 주민들과 화합을 잘 해줘 고맙다. 마을이 보다 살맛나고 질 높은 삶을 보장하는 작은 공동체로서 역할을 해나가리라 본다. 두지마을 주민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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