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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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무원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 임송호 지부장
  • 승인 2014.10.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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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순창군지부장

● 언론에 비춰진 독자의 정보 흡인력
방송 또는 신문이 이슈가 되는 사안을 다룰 때 전통적인 헤드라인 관점들이 있습니다. 거리 집회를 기사화하면서 "거리가 막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고 하거나, 항공이나 철도, 병원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볼모로, 국민을 볼모 삼는다"고 하는 식입니다. 공적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을 다룰 때에도 이러한 진부한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과 비교해 너무 많이 받는다"는 말입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퇴직 공무원은 1인당 월평균 217만원을 받고 있고, 군인은 대령으로 퇴역하면 월 330만원, 장성은 월 400만원이 넘는다는 겁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1인당 평균 수령액은 87만원에 불과한데 공적 연금은 이보다 최소 2.5배에서 많게는 5배 가까이 된다는 해설이 덧대지고 연금을 보전해주기 위해 1년에 약 3조2천억원의 혈세가 허비된다는 덧붙입니다. 이런 기사들은 대개 '세금'이 아닌 '혈세'라고 표현하길 참 좋아합니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 기금이 적자가 났고 그걸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논리입니다.
연금 기사는 사실 어렵고 재미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관적이고 내용만 쏙쏙 뽑아서 정리하면 눈길이 확 갑니다. 안 그래도 철밥통이라 얄미운 공무원들이 연금까지 더 받는다고 하면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 딱 좋습니다. 기자에 따라서는 정권에서 건네준 일방적 자료만을 가지고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기사를 다뤘다'며 뿌듯함과 자기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언론도 별 다른 고민없이 비슷한 구도의 기사를 쏟아냅니다.

●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
하지만 그것이 온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런 류의 기사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을 단순 비교할 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 납부액은 월급의 9%입니다.
이에 반해 공무원연금은 14%입니다. 또한 국민연금은 10년만 가입하면 연금 수령대상이 되는데 비해 공무원 연금은 최소 20년 이상 가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1988년도에 시작된 국민연금은 가입자 전체의 평균 가입연수가 아직 11년에 불과합니다. 즉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덜 내는’게 아니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단순 액수 즉 국민연금 수령액 평균 87만원과 공무원연금 수령액 평균 217만원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민간기업처럼 퇴직금이 따로 없습니다. 민간기업의 40% 수준인 퇴직수당이 연금에 포함된 개념입니다. 거기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혜택 역시 없습니다. 더불어 파업권 등 기본적인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임금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1960년 1월 1일 공무원연금법이 시행되면서 정부는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의 낮은 임금과 퇴직금에 대한 사후보상제도인만큼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달랬던 그 당시의 입법취지는 그 어떤 언론에서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사실 성격도 다르고 설계방식도 전혀 다른 두 연금을 마치 양팔 저울에 올려놓듯 비교하는 게 가능한 건지, 의미 있는 건지 강한 의문이 듭니다.

●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할 것들
국민연금의 경우 2008년 이후 가입자 가운데 월 소득 200만원인 사람을 기준으로 수익비가 1.8배입니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2010년 이후 임용자의 경우 약 2.3배입니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은 100만원 내고 180만원 돌려받는데, 공무원연금은 100만원내고 230만원 돌려받는다는 겁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서 기금 운용 수익으로는 충당이 안되고 결국 연간 약 3조(공무원연금+군인연금)에 가까운 세금이 적자를 메우는데 투입되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이쯤 되면 웬만큼 강한 정신력을 가진 분이라도 마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안 그래도 철밥통이라 얄미운 공무원들 연금 주는데 내 피 같은 세금이 무려 3조나 쓰인다니!!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면을 들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도 과거에는 수익비가 2배 이상으로 꽤 짭짤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2008년도에 개악을 한 이후에 수익비가 해년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은 점차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거나 더 이상 연금이라 할 수도 없는 푼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고 보면 반대로 공무원연금이 노후보장 효과가 크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연금이 연금다운 것이죠.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약 3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약 10만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구조조정됐습니다. 거기다 96년도에 약 6조원에 달했던 공무원연금 운용기금은 2000년도에는 1조7천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시 정부가 시행령까지 바꿔가며 적립된 기금을 꺼내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연금에서 정부가 맘대로 꺼내 쓴 돈을 지금 가치로 따져보면 약 25조 6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이렇듯 정작 정부가 공무원 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훼손해 버렸고, 정부의 연금 빼가기가 없었다면 적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핵심적 사실들을 특히, 보수적 언론에서는 결코 언급하지 않습니다.(중략)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도 제도 정비를 위해선 원인과 현 실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 이해관계자들의 타협과 양보, 합리적인 대안 도출과 사회적 합의 과정 등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그런 과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과 시각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공론장을 펼쳐줘야 합니다. 노후를 위한 공적연금은 공무원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의 노후가 걸린, 복지 정책의 기본이자 뼈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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