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 에서 펼쳐내는 책놀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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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 에서 펼쳐내는 책놀이 여행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11.1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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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 2014 지역특성화 문화 예술 지원사업

화장하고 드레스 곱게 입고 예쁘게 무대 올라
한 글자씩 또박또박 책 읽어준 할머니 학생들
가족ㆍ주민ㆍ아동센터 아동 모여…함께 축하

 

▲‘부뚜막에서 펼쳐내는 책놀이 여행’ 마지막 시간, 화장하고 드레스를 곱게 입고 무대에 오른 수강생들이 발표회를 찾은 주민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줘 감동을 선사했다.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입 끝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5일 구림 장암교회. 시끌벅적한 예배당 안에서 ‘부뚜막에서 펼쳐내는 책놀이 여행’ 마지막 시간이 한창이다.
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지원사업의 하나로 문화원에서 추진한 ‘부뚜막에서 펼쳐 내는 책놀이 여행’이 35강을 모두 마치고 책거리를 겸하여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교에는 가보지도 못해서 글자를 몰랐던 할머니들이 손수 지은 자작시를 낭송하고 그림책을 읽어주며 즐거운 노래로 끝을 맺는 발표회 시간, 혹에라도 손주가 책을 갖고 와서 글자 가르쳐 달라고 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던 15명의 할머니들은 이날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뜻 깊은 밤을 보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할머니 학생들의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역 아동센터 학생들이 자리했다. 오후 3시부터 예쁘게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준비를 마친 노년의 학생들은 긴장된 낯빛과 달리 무대에선 당당했다. 동화책을 읽으며 틀리기도 했지만 또박또박 큰 소리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조순주 군의원, 한창연 구림면장, 최광식 구림농협장 등 지역단체장들도 할머니들을 응원했다.
무대 주변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쓰고 그림을 그린 작품들과 10개월 동안의 사진들이 펼쳐져 있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과 시로 함께 공부에 매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지개 꽃으로 꽃잎마다에 자신들의 소망을 적어 놓은 작품과 무지개 물고기에 깨알같이 적어서 만든 공동작품, 이외에도 꿈나무에 적어 놓은 글과 그림들이 풍성했다.

▲2부의 막을 연 강사들의 율동.(아래)

1부에서는 사업 소개에 이어 김기곤 문화원장과 이태현 목사의 축사가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르는 동안 밤늦게 까지 웃고 공부하며 책놀이를 했던 동영상을 보며 모두들 웃음을 참지 않았다. 2부는 ‘책 읽어 주는 할머니’를 주제로 할머니 12명이 함께 책을 읽었다. 제목은 줄줄이 꿴 호랑이.
버스 탈 때 어떤 차를 타야 될지 몰라 난감했고, 농협이나 면사무소에서 서류를 내밀면 누죽 들고 두려웠던 할머니들은 드레스를 곱게 입고 무대에 올라 재미지게 책을 읽었다.
처음 배운 한글로 한자 한자 써 내려 간 시낭송도 있었다. 사회자가 “시집을 다섯권이나 내신 유명한 시인도 엄니들 시보고 좋다고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사진도 찍어가면서 눈물 글썽이는 분들도 있었다”고 이야기 하자 상기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수업 내내 할머니 학생들 옆에 앉아서 한글도 가르치고 간식도 나르고 했던 귀염둥이 꼬마 선생님 김서영, 최진하, 김국현, 최진서가 준비한 노래제목은 ‘까딸레나’였다. 구림아동센터 아이들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 난 사람’에 맞춘 노래와 연주도 있었다. 3명의 강사와 자녀들이 장구와 함께 한 흥겨운 민요 부르기도 큰 박수를 받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김용택 시인의 ‘다 당신입니다’를 암송한 뒤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노래와 동시를 노래로 만든 ‘이웃집 순이’ 노래를 모두가 함께 부르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언제나처럼 “모두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서로를 껴안아 주며 발표회가 끝났다.
‘한글공부’라는 자작시를 낭송한 김형자(69ㆍ구림 오정자) 어르신은 “시 쓴 것을 사람들 앞에서 읽고 박수를 받고 멋지다고 환호성 질러주니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 하셨다.
학생들이 딸 같은 김원옥ㆍ박인순ㆍ이영화ㆍ황호숙 강사와 끌어안고 행복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박옥순(73ㆍ구림 장암) 씨는 “공부한 대가가 있어서 오늘 저녁은 좋은 날인 것 같다”며 부러워하였다. 이순복(43ㆍ인계 용암) 씨는 “땔감나무 하던 딸에 대한 애틋한 어머님의 시가 어릴 적을 생각하게 했다. 공부한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겠다. 신선한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황호숙 강사는 “처음으로 시를 쓰자고 했을 땐 ‘내가 워떠케 시를 다 쓴당가’라면서 빼셨던 분들이 황홀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어머니들이 더더욱 공부 열심히 하셔서 어머님들의 굽이굽이 인생길을 자서전으로 내면 좋겠다”면서 “이런 사업이 순창군 곳곳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종강과 함께 할머니 학생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손수 쓴 시와 편지글, 그리고 자녀들이 할머니께 보낸 답장 등을 실은 책 ‘공부만이 정말 내사랑인데’를 참가자들에게 나누며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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