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잊지 말고 진실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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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잊지 말고 진실 파악해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4.11.2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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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몹시 분하여 성을 내는 것을 분노라고 한다. 사람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존감과 정의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사람은 모욕감을 느꼈을 때, 혹은 정의가 훼손당하는 현실을 접했을 때 분노한다. 따라서 분노한다는 것은 깨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약자라서 모진 세월을 사는 사람들의 분노는 일상화되어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우리는 꽃다운 고교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을 수장시켜버린 정부의 무능함과 그 진상과 책임을 가리는 일까지 회피하려는 권력의 행태에 분노한다. 또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을 상대로 사이버 검열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오기를 배운 듯 지역주민들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안전한 나라를 염원하는 호소를 담은 현수막을 무단 철거하며 ‘귀신’ 운운 하는 순창군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옛 성현은 “마땅히 분노해야 될 일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고 노예와 다름없는 사람”이지만 권력으로부터 받는 탄압과 모욕에 대해 과민하게 대응하면 예기치 않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롭게 출발한 분노에 과도한 감정이 섞이면 진보를 거부하는 세력이 이를 빌미로 역공을 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순창군청이 <열린순창> 기자를 고소한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군정 주변 의견만 중요하고 세간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 현수막과 대책위원회를 대하는 태도와 언행에서 그 민낯을 보였다. “(높은 사람은) 늘 상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귀를 닫은 듯이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언제나 일방적이다.” 주민들의 푸념이자 원성이다.
힘이 약한 사람들이라고 내몰면 안 된다. 군정 주변 아닌 곳에 더 많은 주민이 산다. 공직사회 바깥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농사짓고 장사하고 막일하는 사람들을, 공권력은 없으나 성실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행은 고쳐야 한다. 더구나 권력있는 자가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서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사는 지역만 같을 뿐 딴 세상을 사는 듯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많은 군민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아픔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자신들과 다른 가치나 생각에 대해 언제나 정치적 위기의식이 들고 나서야 태도를 바꾼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생명도 잃고 민심도 잃는다.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충성파들에게 둘러싸여 국(군)정을 운영하는 탓이다.

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이 군정을 질타하는 말도 소통 부재와 원칙 훼손이었다. 목소리 높여 크게 떠들어 대는 이나 조용하게 달콤한 말로 아첨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면 바른 소리하고 바로 잡겠다고 대드는 진실한 분노를 분별할 수 없다.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따를까. 화음의 선율이 깨지니 질그릇 솥이 천둥소리를 내며 운다. 아첨꾼은 높이 떨치고 어진 선비는 이름도 없도다.”

“고통을 잊어버리는 사회는 경박해진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진지한 성찰보다는 가벼운 쾌락에 몸을 맡기고 순간의 오락에 탐닉한다. 이렇게 고통을 잊어버리려는 정신적 나태가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고 간 비극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이 정말 싫은 것이라면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되고 그것과 대면하여 그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고통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열린순창>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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