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ㆍ한순옥 부부 ‘푸근한’ 인상으로 ‘푸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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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ㆍ한순옥 부부 ‘푸근한’ 인상으로 ‘푸진 삶’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1.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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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햇살이 참 반갑다. 순탄치 않은 취재를 나서는 길. 만남을 청하는 기자의 전화에 손사래를 치는 김용수(59) 씨를 만나기 위해 무턱대고 팔덕 태촌마을로 향했다. 입구에 바로 보이는 집. 막상 들어서니 인자한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김용수 씨와 아내 한순옥(58) 씨를 만났다.
태촌마을에서는 막내 격이라는 김용수 부부는 8년여 전부터 ‘푸진’ 부부로 소문이 났다. 가을걷이를 마치면 이웃과 나눌 몫을 따로 챙겨 어느 해에는 40포대, 또 어느 해에는 30포대씩 기부를 한 것. 그렇게 자신만의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는 부부가 이번에는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주민자치 프로그램 강사료에 보탤 130만원을 선뜻 기부했다.
“팔덕면주민자치 간사를 맡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주민자치센터가 생긴 뒤로는 어르신들이 시간만 되면 노래교실, 요가교실에 참석하시려고 꼬박꼬박 나오셔요. 그것을 낙으로 삼고 계시는데 예산 때문에 중간에 쉬어야 한다고 해서 맥이 끊길까 걱정돼 강사료를 지원하게 됐어요. 이성연 팔덕이장협의회장님이 함께 도와주셨어요.”
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몇 번의 질문을 했는지 모른다. “예, 예” 하고는 “별 거 아니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라며 미소만 지을 뿐 도통 말이 없었기에 아내와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형제자매는 어떻게 되는지, 슬하에 자녀는 몇이나 되시는지 등 자연스러운 대화로 말문을 열었다.
6남매 가운데 외아들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적부터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태촌에서 태어나 젊어서 잠시 외지로 나갔다 돌아와 고향을 지키며 사는 그는 “아내와는 전주에서 코카콜라에 다니며 만나 연애결혼을 했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엔 기부를 할 때 아내가 걱정을 했다. 넉넉한 형편에 남는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라면 모를까 우리 형편에 꾸준히 기부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아이들 다 키우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겨 계속 해오고 있다”면서 “나누고 말 것도 없다. 조금이다.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뿐이다. 직접 농사지은 곡식 나누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나눔이 시작, <열린순창>이 소개한 그의 나눔 발자취는 2010년부터 시작된다. 2010년 9월 쌀 400kg을 면내 40세대에 전달, 이듬해 팔덕면 합동세배연에 성금 5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면사무소에 쌀 20kg 40포를 기부했고 2013년에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 90세대에 쌀 10kg씩(225만원 상당)을 전달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쌀 20kg 30포를 기탁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면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전달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해요. 서로 나눠가면서 사는 거죠.” 겸손한 그의 말에 반성하게 되는 오후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주민자치 요가ㆍ노래교실에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서로 얼굴 보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 제일 일찍 나가서 문 열고 마지막에 정리하고 문 닫고 나오는데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일 하느라 바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는 것 알지만 그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처럼만에 따뜻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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