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굿’ 소리 함께 마을의 평안 기원
“을미년 오늘은 2월 초하루를 맞이하여 배미산 아래 순창군 풍산면 하죽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만물을 관장하시고 굽어 살피시는 천지신명께 하죽마을 큰 샘 앞에서 삼가 고하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하죽마을 주민들은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뒤로 하고 을미년의 2015년을 맞이했습니다. 바라옵니다. 금년 한해에도 재난과 건강으로부터 보호해 주시옵고 마을주민들 모두가 합심한대로 발전과 행복이, 그리고 건강과 안녕이 항상 충만하게 하시옵소서. 이로서 하죽마을이 그 이름을 널리 펼칠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 고하나이다.(이하 생략)”음력 2월 초하루였던 지난 20일, 풍산면 하죽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우물제(시암제)를 모셨다. 마을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샘의 물을 모두 퍼내고 내부를 청소했다. 마을 회관에서는 제사를 모실 음식을 준비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물가에서 울려 퍼지는 풍물 소리로 시암제가 시작됐다. 마을 주민 몇몇이서 장구, 꽹과리, 징을 치며 우물을 돌던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풍산농악한마당패 단원 6명이 마을을 찾아와 신명나는 굿 소리를 풀어냈다. 정성스레 마련한 제수와 시루떡을 우물 앞에 차려 놓고 제주를 맡은 김형영 이장이 축문을 읽기 시작했다. 술을 따라 올리고 소지를 태우며 주민들은 마을의 무사 안녕을 빌고 가족의 건강과 풍년을 바랐다.
이날 김형영 이장은 “마을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시암제를 모시는데 풍산농악한마당패에서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올해는 마을에 좋은 일만 있고 농사도 풍년농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양상구 면장도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전통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다.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했다.
우물제를 마치며 농악단의 신명난 소리에 맞추어 동네 어르신들은 한바탕 어깨춤으로 어우러졌다. 시루떡 한 움큼 볼에 넣고 구경하는 젊은 주민들도 이 모습이 오래토록 가기를 바라며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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