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축제에 전통고추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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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축제에 전통고추장이 없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0.11.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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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최고의 축제 ‘장류축제’가 막을 내렸다.

군은 많은 관광객과 함께 군민의 참여가 뛰어나 주민 화합형 축제의 모델이 되고 있다며 특히 축제위원회와 대상주식회사가 주최한 행사가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축제기간 동안 앞머리에서 활동한 선량들과 공연에 동원된 출연진 그리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축제의 내용과 진실이 담겨져 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는 2010인분 떡볶이와 비빔밥 만들기에 사용된 순창고추장의 정체는 대형 비빔밥 그릇에 내걸린 대상고추장의 깃발로 증명된다. 따라서 “천년의 장맛을 느끼게 하는 순창고추장” 자리에 대대손손 전수돼온 할머니의 손맛이 베인 전통고추장을 밀어내고 현대식 제조방법으로 생산된 공장고추장이 차지했다고 표현해야 될 것 같다. 참 부끄러운 표현이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만든 비빔밥과 떡볶이에 사용한 고추장은 대상이 만든 고추장이었다고 한다. 한편 귀빈의 손에 들려준 고추장은 민속마을에서 가져온 전통고추장이었다고 한다. 차라리 그도 공장고추장이었다면 이토록 애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민속마을 주민들은 “장류특구사업은 전통고추장을 팔아 따온 사업인데 그 실체인 ‘장류밸리’를 조성하면서 전통을 무시하고 양조를 우대 한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축제현장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장류축제의 시작은 고추장축제였다. 순창전통고추장은 대한민국 고추장의 원조이다. 그러나 장류축제에는 전통고추장의 자리가 비좁다. 그 원조고추장의 맥을 이어온 전통고추장 기능보유 명인들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대상과 사조는 전시판매장 중앙동 양측에 배치돼 자사 상품을 활발하게 홍보했으나 민속마을 30여개 전통장류업체에서는 단 3곳만 자리를 얻어 단순 판매 활동만 했다.

우리 군은 고추장의 시원지를 자랑하며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전통을 앞세운다. 그 시원과 전통을 집합하는 진상행렬을 축제기간 내내 재현한다. 하지만 전통고추장은 자랑의 도구일 뿐 축제의 중심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시초를 무시하고 전통을 냉대하는 지역이 고추장의 시원지라 할 수 있는가.

시대가 변했다. 취향이 달라졌다. 세계화가 필요하다. 이런 주장들이 전통을 묵살할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특산물과 전통 브랜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생산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국제적 지적재산권인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전통고추장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혹 시대의 변화를 앞세워 이해관계가 복잡한 전통업체들을 설득하기보다는 협의 창구가 간단한 기업과 서로 필요한 것들만 얻어 내려는 의도는 없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통과 양조에 대한 편견이나 애증으로 비쳐질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과 미래를 보는 마음과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있는 대로 밝혀내는 노력을 통해 ‘순창장류’의 앞날이 지역주민의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더 참된 정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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