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현이와 무소유
상태바
[기고] 광현이와 무소유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5.06.17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죽마고우인 내 친구 광현이는 지금도 이른 새벽이면 일어나 부처가 계신다는 서방정토를 향하여 백팔배를 드리고 있으리라. 요즘 같은 어지러운 세파를 사는 뭇 중생들을 위하여는 때로 일천배와 삼천배까지 봉양을 한다니 참으로 존경스러운 벗이다. 세월호의 비극에 이어, 온나라가 메르스의 저주에 걸려 신음을 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우리라.
세월호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나라 정부는, 평택의 모 병원의 메르스의 발원지를 몇 날을 숨기고 삼성의료원의 과실로 몰아 부치고 있으니, 이러고도 이게 정부이고 대통령이고 청와대인가라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고, 삼성의료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뚫렸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들으며 통탄과 한숨이 깊어질 뿐이다.
안타깝게도 오늘 장덕리에 살다 평택의 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본인이나 가족들의 잘못을 비판하기 전에 철저한 단속과 안내로 주의를 하고 치료했더라면 안타까운 생명을 지킬 수 있을 터인데 가엾기만 하다.
쑥대밭이 되어버린 순창!!! 지역사회의 경제는 물론이고 착하고 순한 장덕리 마을이 황폐화된 이 억울함은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
밤늦게 글을 쓰다 뉴스를 보니 초등학교 1학년 어린학생이 양성반응이 나와, 이제는 병원 내 감염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4차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까지 하고 있다니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 혼란과 공포를 벗어나기를 나도 광현이처럼 삼천배라도 해야 할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초하(初夏)의 녹음 속을 달려 송광사 불일암을 찾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광현이가 오래전 선물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펼쳐 주옥같은 말씀들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소유는 집착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가질 수 있다.” -5장 무소유의 역리(逆理)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재주가 많아, 한때는 박남재 선생님 문하에서 철수나 순신이와 함께 늦도록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광현이는 이제는 밀링분야의 고급 엔지니어가 되어 열심히 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아내의 병을 뒷바라지하며 아무도 모르게 홀로 고군분투하며 아내를 살려낸 훌륭한 내 친구 광현이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남은 인생이 빛나고 찬란하기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
  • 순정축협 이사회 ‘조합장 해임 의결’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청소년모의투표
  • 제1회 순창군청소년어울림마당 ‘청소년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