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 '나쁜나라' 상영ㆍ유가족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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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다큐 '나쁜나라' 상영ㆍ유가족과 대화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1.1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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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쁜나라> 상영 후 김진열 감독과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관도 안 되는 나라 … ‘나쁜나라’ 맞다
 대통령 외면ㆍ정치인 배신…시민이 호응
“사람들 지키기 위해 유가족은 투쟁한다”
“외면하고 탄압해도 투쟁은 멈추지 않아”

 

세월호 희생자 그중에서도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처절한 투쟁과정을 기록한 영화 <나쁜나라> 상영회가 지난 9일 교육지원청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 입법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마주해야 했던 국가의 민낯을 고발한 이 영화는 개봉관은커녕 대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진열 감독과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영화 관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포기하고 ‘○○엄마’로 살아온 2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영화는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을 향한 정부의 사탕발림과 정치인들의 배신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언제든지 만나주겠다”던 대통령은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유가족들을 외면했고 앞장서서 해결하겠다던 야당은 유가족 동의 없이 세월호특별법을 여당과 합의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전국을 누비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에서 농성도 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발 벗고 나서서 원내투쟁을 벌이지 않았다. 부모들은 자식이 왜 죽었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 영화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김진열 감독은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부지원을 못 받고 극장을 잡기가 힘들었다. 개봉은 둘째 치고 대관도 안 해준다. 대형 영화관들은 정부의 눈치를 본다. 나쁜나라가 15일에 미국에서 개봉되는데 교포가 운영하는 극장에서 하기로 했다”며 “영화 작업뿐만 아니라 미술을 하는 사람도 잡음이 났다. 이런 것들이 외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자신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도처에서 외면하고 탄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했다. 시민들의 힘을 믿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ㆍ아빠가 되기 위해 더 힘을 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도언 엄마는 “2014년에 정신없이 넋 놓고 있을 때 손 잡아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2014년에는 특별법, 2015년에는 인양 때문에 열심히 움직였다. 올해 활동도 열심히 할 테니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힘들어 하는 부분도 있었다. 휘범 엄마는 “세월호 관련 얘기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아직 잘 못 본다. 2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 기간 동안 동생을 방치한 채로 돌아다녔다. 동생도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쌓였었다”고 말했고 재강 엄마는 “부모들이 광화문과 청운동(청와대), 국회로 투쟁하러 갈 때 홀로 방치된 친구들이 많았다. 형, 누나, 오빠가 사라진 상처가 깊은데 이 아이들을 다른 친구들이 거지라고 놀린다. 그럴 때 엄마ㆍ아빠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가슴 속 깊이 후회도 하고 있었다. 도언 엄마는 “작년 9월부터 아이 아빠들이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감시하고 있다. 물도 제대로 못써서 양치만 간신히 하고 세수는 물티슈로 끝내며 햇반 데워 먹으면서 일주일씩 교대로 감시한다. 그런데 작업하는 사람들이 밤에만 불 켜놓고 배를 돌려놓은 상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동거차도에서 보니 우리가 너무 몰랐다. 동거차도에서 사고해역까지 1.2킬로미터(km)밖에 안 되는데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면 헤엄쳐 올 수 있는 거리다. 유가족 엄마라면, 아빠라면 가보라고 한다. 느끼는 게 많다”며 진작 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또 “직접 배에 타고 가봐야 한다고 생각해 바지선에 태워달라고 하는데 해수부 간부는 자기를 믿어달라며 들어주지 않는다. 대통령도 선거 끝나고 돌아섰기 때문에 세월호가 인양될 때 까지 천막을 지킬 것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언 엄마는 또 “일베 회원들이 단식농성장 옆에서 폭식투쟁을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은 저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멈추면 우리 아이들처럼 저 사람들이 또 희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 때 운동권이었던 아이아빠가 운동을 멈추고 진작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이렇게 됐다며 자책을 심하게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4ㆍ16 교실’이 존치되도록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4ㆍ16 교실이 사라지면 세월호 참사가 한국에서 빨리 없어질뿐더러 이 자리에 후배들이 와서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나지 않도록 교육적 의미로도 장소를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과정에서 점점 단단해진 인상이었다. 그리고 김진열 감독은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을 계속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독립피디(PD)들도 침몰 원인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 사석에 모이면 촬영했던 기록들을 모아 연재물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한다. 어느 시기가 되면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나쁜나라> 관람과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는 100여명의 군민이 참석해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류상윤(연세대 2015학번)군이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출신고를 밝히지 말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단원고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냐?”고 묻자 도언 엄마는 “그냥 예쁜 후배로 바라봐달라”며 고마움과 애틋함이 담긴 인사를 전했다. 
 

▲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그 동안 전국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투쟁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올해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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