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르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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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르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 안욱환 한의사
  • 승인 2016.07.0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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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욱환 누가한의원장

작년 초여름에 서울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순창 주민들은 이름도 낮선 메르스가 순창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또 한창 복분자를 딸 무렵인 6월 초에 순창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빨리 이 사태가 아무 탈 없이 지나가기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평택의 한 병원에서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장덕리 주민을 전주로 이송한 후에 보건당국은 장덕 마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파장이 몰고 온 순창군의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한 마을 주민의 이동을 제약한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빼앗은 것이었고, 그로 인한 손실과 불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언론에서 이러한 사실을 대서특필하여 연일 보도하는 바람에 순창군의 농산물을 먹으면 메르스라도 걸리는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에 모든 주문을 취소하였고, 순창 특산물을 꺼려하는 심리로 대부분의 농산물들이 판로가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는 순창사람은 모두 메르스에 집단감염 되었고, 따라서 순창에 가서도 안 되고 순창사람을 접촉해도 안 되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 무렵 순창의 풍경은 사람이 사라진 유령도시처럼 느껴질 정도였고, 물건의 매매도 안 되고 음식점 등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메르스나 사스처럼 전염성 질환이 발생하게 되거나 또는 국가적인 위기가 생기면 다음과 같은 태도가 흔히 나타납니다. 첫째는 막연한 낙관주의입니다. 설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순창 같은 시골에 무슨 일이 생길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발생하는 독감보다도 치사율이 낮으므로 감기와 같다거나, 정부가 발표한 관련 정보에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서 낙타 고기 섭취를 피하라 한 것도 너무 안일한 대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세는 반대로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마을에서 한 사람이라도 읍내에 나가서 메르스를 마을로 옮겨오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한 마을에서 함께 살 수 없다고 방송한 이장님의 경우와 순창 농산물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도시 사람들의 행동도 메르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그것은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역학조사에 근거한 과학적인 대응입니다. 순창군 보건 당국은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을 해서 장덕마을에서 확진자를 접촉한 사람을 대상으로 자가 격리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서 합당하게 조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데, 이미 전국에 퍼진 상태에서 순창의 한 마을 통째로 폐쇄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였습니다.  
비록 상부기관에서 순창군에 어떤 조치를 요구하더라고 그 결정으로 주민의 생활에 막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경우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독재시대가 아니라 주민자치 시대이고 각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민의 대표로 선출된 순창군 의회의 경우 메르스 사태처럼 주민의 이해에 상충되는 결정을 할 때 군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당시에 주민의 입장에서 반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시에 순창군수는 청와대로 부터 메르스 대응을 잘 했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한 중앙지는 사설을 통해서 순창군처럼만 했으면 메르스를 초기에 잡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은 보건 당국이 초기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왜 조그마한 농촌 지역인 순창이 메스컴을 통해 전국적인 관심과 그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인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힘 있는 자가 자신의 부실 대응에 쏠린 온 국민의 관심을 힘없는 지역에 돌린 것이 성공했기 때문에 칭찬한 것 아닐까요?    
역학조사란? 전염병 등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발생 원인과 특성을 찾는 것을 역학조사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직장 등에서 전염병이나 식중독 등이 동시에 혹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아 질병을 예방ㆍ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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