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소방서 순창119안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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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소방서 순창119안전센터
  • 이담비 기자
  • 승인 2016.08.11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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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19’ 폭염 속 ‘사투’…‘수고했다’ 한마디가 ‘얼음물’

▲남원소방서 순창119안전센터 구조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이상현 소방교, 이채훈 소방사, 박진성 소방사, 박광수 소방교, 정경희 소방장, 홍수진 소방장, 황인태 센터장.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순창119안전센터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의 요청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화재, 교통사고 등 각종 인명구조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출동한다.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또 인명구조작업 결과를 기록ㆍ유지하고 인명구조장비의 취급방법 등을 훈련한다. 새로 개발된 구조구난기법을 습득하고 관할지역내 주요 소방대상물에 대한 현지 적응훈련에 참가하며 구조업무를 홍보한다. 또한 어르신들을 찾아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예방조치도 구급대원들의 몫이다.
현재 순창119안전센터는 1ㆍ2ㆍ3팀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팀에 8명의 대원들이 근무 중이다. 그 중 3팀 구조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벌집 제거, 동물 구조와의 ‘전쟁’
대원들의 구조 활동에서 인명구조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벌집제거와 동물구조다. 이 일은 사람을 구하는 일만큼 고되고 위험하다. 여름이 되면 벌집 제거 신고가 많이 접수 된다. 봄이 달콤한 ‘꿀벌의 계절’이라면 요즘 같은 여름철엔 말벌ㆍ땅벌ㆍ쌍살벌 등이 기승을 부린다. 올해는 벌집제거 신고가 지난해보다 더 많다. 원래 8월말 9월초에 많았는데 이른 더위에 벌집이 더 빨리 생겼다. 출동한 대원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기본적으로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벌침이 뚫지 못하도록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일체형 보호복이다. 안면 부분만 망사로 구성돼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다. 벌집을 망으로 씌워 떼어낸 뒤 발로 밟아서 처리한다. 민소매 옷차림으로 가만히 서 있어도 불쾌지수가 치솟는 여름날, 대원들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보호복으로 온 몸을 싸매고 벌집과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인다.
평소 같으면 크게 힘들지 않은 동물 구조 업무도 ‘더위’라는 특수 상황과 더해지면 ‘극한 직업’이 된다. 위험 또는 위해 위협보다 꼴 보기 싫어서 잡아달라고 하는 주민도 많다. 개ㆍ고양이ㆍ염소ㆍ뱀 등 접수되는 동물 종류도 다양하다. 큰 동물들은 올무, 마취총 등을 동원해 포획한다. 기구를 동원해도 구조대원들이 땀을 흘리며 뛰어다녀야 하는 수고는 뒤따른다. 사계절 내내 하는 일이지만 더운 여름철에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출동 나갔다 몸을 씻을 겨를도 없이 곧장 다음 출동을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박광수 구조대원은 “얼마 전에는 고양이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가게 천장에 고양이가 갇힌 상황이었다. 저녁이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불편하다는 신고를 접수 받았다. 천장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고양이 4마리를 구조했다. 또 뱀이 집에 들어왔다며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다. 장롱 안에 들어갔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장롱을 밖으로 꺼내보기도 하고 결국 장롱을 부수기도 했다. 최대한 주민들의 피해 없이 구조작업을 펼치려고 노력하지만 불가피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구조한 동물은 종류에 따라 방사 혹은 군청 담당부서에 인계한다”고 말했다.

황당 신고에 진짜 위급 상황 못 가
고령인구가 많다보니 구급 출동이 제일 많다. 하루 출동 횟수는 많을 때는 10건 이상도 되고 평균 5~6건은 된다. 하지만 종종 접수되는 신고 중에는 황당 신고 사례도 많다. 정경희 반장은 “술 드시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 한번 씩 119뿐만 아니라 112에 한도 끝도 없이 전화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술 드신 분들은 ‘술 먹었으니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많이 전화하신다. 또 상습주취자도 많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다’며 신고해서 출동해보면 항상 쓰러져 있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 하루에도 두세 번 술 먹고 길에 쓰러져 있다. 물론 그 분들을 안전하게 귀가 시키는 것도 우리 일이지만 문제는 상대적으로 위급하지 않은 신고로 진짜 긴급 상황을 못 가는 경우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진성 대원은 “단순 환자가 상습적으로 신고해서 ‘다리가 아프다. 머리가 어지럽다. 병원에 가야한다’고 말씀하신다. 막상 출동하면 ‘병원에 안가도 되겠다’며 돌려보내신다. 이런 신고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그 사이 접수된 응급신고는 쌍치나 복흥에서 현장에 출동해야한다. 그 쪽에서 오려면 최소 20분, 30분은 걸린다. 거기다 광주나 전주로 후송까지 가야한다면 그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이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 응급처치법에서 심폐소생술은 상황 발생 후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 내에 시행돼야 한다.
박광수 구조대원은 “그래도 도시에 비해 순창은 큰 사고가 없는 편이라 다행이기도 하다. 한번은 산기슭에서 트랙터가 전복돼 운전자 다리가 트랙터에 깔려 있던 상황이 있었다. 환자분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생각나 빨리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트랙터 무게가 커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조치 중에도 계속 살려 달라 재촉하고 나무라듯 말씀 하셔서 마음이 다급했지만 트랙터를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다리가 멀쩡했다. 알고 보니 트랙터와 바닥 사이에 간격이 있어서 다치지 않으셨던 것이다. 본인도 민망하셨는지 나중에 미안하다고 사과하셨다. 그 때 알았다. 오히려 소리 지르고 보채시면 덜 다치신거다. 정말 위급하신 분들은 말씀도 못하신다. 출동을 하면 환자들이 느끼기에는 5분도 20분, 30분처럼 느껴지다 보니 재촉을 하신다”고 말했다.

고된 작업, 주민 격려에 고맙고 보람차
박진성 대원은 “몸이 힘들더라도 필요한 구조업무를 수행하면 뿌듯하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시면 감사하고 보람차다. 그런데 신고해놓고 전화도 안 받고 위치파악이 안 돼 현장에 늦게 도착하면 ‘왜 이렇게 늦게 왔냐, 신고한지가 언젠데 이제 도착하냐’ 반말하시고 화내시는 분들이 계신다. 저희 또한 늦게 도착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안 좋은게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정경희 반장은 “주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지만 전에는 출동가면 ‘고맙다. 고생한다’ 인사들을 해주셨는데 요즘은 욕도 하시고 ‘내 세금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 니들 월급 내가 준다’는 등의 폭언을 하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정경희 반장은 하트세이버 인증을 받았다. 하트세이버는 심장정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구급대원과 일반시민에게 주는 인증서로 병원도착전 심전도 회복, 환자가 의식 회복할 것, 병원에 도착 후 72시간 이상 생존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선정된다. “강천산휴게소에서 40대 중반의 흉통환자가 발생했다. 흉통환자는 흉통을 호소하다 갑자기 심 정지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급환자로 여긴다. 현장에 도착하니 의식은 있었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며 구급차까지 직접 걸어서 탑승했다. 그런데 눕자마자 심정지가 진행돼서 출발도 못하고 바로 제세동,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려냈다. 며칠 뒤 생명의 은인이라며 고맙다고 센터로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황인태 센터장은 “신문, 방송에서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을 보도하고 아무리 당부해도 위험하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폭염으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많이 한다. 하지만 시골이라 어르신들이 한 낮에 ‘고추 따야 한다. 밭 매야 한다’며 농사 욕심에 들에 나가신다. 그러다 일사병으로 쓰러지게 되고 늦게 발견하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이 오기도 한다. 또 물놀이 하는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물론 부모님도 주의 깊게 살펴봐 주셔야 한다. 갑자기 물을 먹게 되면 아이들은 당황해서 중심을 잃고 금방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주민들이 직접 위험에 신경 쓰고 항상 안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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